정부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3%p 인하하기로 하자, 금융사들이 주요 수혜 업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달 법인세 감면 정책 세부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전날 정부는 합동브리핑을 통해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법인세 인하 개정 계획을 밝혔다.
기업 투자를 늘리고 고용 창출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조세 경쟁 등을 고려해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는 게 새 정부 방침이다. 다만 가파른 물가 인상과 금리 상승기에 이뤄지는 세법 개정이 금융 시장의 투자 및 고용 창출 확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직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p 낮추고 현재 4단계로 이뤄진 법인세 과표구간을 2~3단계로 바꾸는 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는 ▲2억원 이하 11%, ▲2억원 초과~200억 이하 22%,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4.2% ▲3000억원 초과 27.5%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최고세율 인하와 함께 이를 2~3단계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25%에서 22%로 인하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돌려놨다. 기업 세금을 더 걷어 가계 지원에 쓰겠다는 취지였다.
기업들은 새 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을 반기는 분위기다. 세 부담이 클수록 순이익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끌어내리면 매출과 순이익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세 부담 절감 혜택이 크다. 시장에서는 주요 금융사들도 법인세 개편의 주요 수혜 대상으로 꼽고 있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는 "세전 이익 규모가 크고 세전 이익 대비 법인세 규모가 큰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은행 업종도 법인세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법인세 비용 절감과 유효세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당기순이익 증가를 가져온다. 법인세 체계 개편은 기업 이익증가율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4대 금융그룹의 세전 이익 총합은 20조원을 돌파했고, 법인세 비용은 5조원을 넘어섰다. 조선비즈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올해 3월 공시한 2021년도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개 금융지주사의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이익은 총 20조3194억3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법인세 비용은 총 5조4334억여원 규모였다. 법인세 비용은 KB금융지주가 1조6972억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신한금융(1조471억여원), 하나금융(1조3233억여원), 우리금융(9418억여원) 순이었다. 4대 금융지주사의 법인세 유효세율 평균값은 26.59%로 나타났다. 각 사가 밝힌 KB금융의 작년 법인세 유효세율은 27.9%, 신한금융은 26.35%, 하나금융 27%, 우리금융 25.1%였다.
법인세 비용은 해당 회계년도에 납부해야 할 법인세 추정 세액을 기업이 계산해 회계장부에 반영한 금액이다. 유효세율은 기업의 재무제표 상 법인세 비용을 법인세차감전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번 소득에서 세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매출액 1위 삼성전자의 작년 법인세 유효세율이 25.2%인 점과 비교하면, 4대 금융지주사들의 세금 부담이 굵직한 대기업 못지않다는 게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세전 순이익은 53조3518억여원이고, 법인세 비용은 13조4443억여원으로 금융지주사 4곳을 합친 값의 두 배 이상이었다.
법인세 인하 정책이 향후 금융사들의 곳간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해보면, 4대 금융지주사는 법인세 비용이 전반적으로 11%가량 절감되고 순이익은 약 3% 증액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손 CFA에 따르면, 법인세 개편안 적용 시 KB금융의 법인세 비용은 기존보다 11.4%(약 1730억원) 줄고 당기순이익은 약 3.93% 증가하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이는 실제 법인세 비용이 아닌 지난해 세전 이익에 법 개정 이후 법인세율을 적용해 추산한 값이다.
같은 셈법을 적용해보면, 신한지주는 법인세 비용이 현 체계보다 11.43%(약 1590억원) 줄고, 순이익은 3.94% 늘어난다. 하나금융지주도 법인세 비용이 기존보다 11.35%(약 1380억원)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면서 순이익은 3.92% 증가한다. 우리금융지주는 법인세 비용이 기존보다 11.15%(약 1030억원) 절감돼 당기순이익은 4%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왔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실적이 커지면서 법인세 비용도 증가해왔다"면서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호재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 감소와 비용 증가는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회계뿐만 아니라 여러 경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비용 경감 효과가 실제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금융권은 비대면 금융·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영업지점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줄이는 추세다. 신입사원 채용문도 과거보다 좁아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단순히 법인세 부담 완화만으로 투자와 고용 확대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국내외 시장 경기, 금융시장의 규제 완화, 비금융 사업과 미래 신사업 동력 확보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