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다. 조달 금리가 예년보다 크게 높아진 데다가 기관투자자들이 참여를 꺼렸던 탓이다. 한화, 한화솔루션, 동원시스템즈, 두산에너빌리티 등도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철회했다. 매년 회사채 시장에서 조(兆) 단위 자금을 확보해가던 SK하이닉스와 LG화학 등도 올해 회사채 시장에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자금을 직접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은행을 찾고 있다. 은행 역시 가계대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 이들을 반기는 분위기다.
은행들도 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3302억원 감소한 701조6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5개월 연속 감소세로, 올해 들어서만 7조9914억원이 줄었다.
5대 국내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5월 말 기준 89조9676억원으로, 올해 들어 9.2% 늘었다. 이에 비해 올해 회사채 발행량은 지난 7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5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최근 회사채 시장은 경색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를 시작으로 올해 1, 4, 5월 등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가 따라서 오르기에 기업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장 조달금리 상승과 함께 발행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꺼리게 했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 차이)는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기준 77.9bp(1bp=0.01%P)로, 1년 전 40bp에 비해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기관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기업들은 단기물 위주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시장 여건이 좋아진 건 아니다 보니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곳은 은행 대출로 손을 벌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