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8개 지역 농협 137억원 부실대출', '끊이지 않는 임직원 일가의 특혜 대출과 지역농협 채용 및 납품 비리', '직원 신용카드 결제 대금 전산 조작 사건', 'NH농협은행·농협생명의 대장동 개발사업 PF 대출 논란', 'NH투자증권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 '직원의 성추행 이슈' 등등.
매년 열린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농협 그룹의 논란들이다. 모두 농협 조직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솜방망이 내부 징계 등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마다 국회의원들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닌 임직원 배불리기 위한 농협"이란 질타를 쏟아냈다.
하지만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재발했다. 곳곳에서 반복되는 고질병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로서도 골칫거리다.
◇ 농협중앙회 아래에서 계속되는 사고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임직원의 사내 윤리강령 위반 건수가 63건으로 5대 시중 은행 중 가장 많았다.
농협은행의 위반 건수는 5대 은행 전체(151건)의 약 41.7%에 달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및 유용 사건만 22건에 이른다.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액은 67억6000만원으로 금융사 중에서 가장 많았다.
최근 경남 창녕 지역 농협의 한 직원이 약 4년간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9800만원 상당의 고객 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간부급 직원인 A씨는 내부 전산시스템을 임의로 조작해 2017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고객의 저축성 보험금을 포함한 돈을 빼내 주식에 투자했다.
농협 내부 통제시스템이 이 사실을 감지한 건 이달 초다. 횡령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농협은 이달 초 A씨를 대기 발령 조치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A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농협 경남본부도 감사 내용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에 보고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의 한 직원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친인척 명의를 도용해 27여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지난해 징역 5년 선고받았다. 이 직원은 주식 투자에 실패하자 암호화폐로 손실금을 만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 임직원의 위법·부당 대출을 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북시흥 농협에서는 임직원이 2006년 9월부터 2020년 6월 사이에 본인과 배우자, 동생 등에 농지 등을 담보로 수억원을 부당 대출해줬다. 2005년 9월~2019년 11월 수억원을 부당 대출했고, 2015년 7월부터 2020년 4월 사이에는 담보 물건 당 15억원을 초과하는 농지 담보 대출을 하면서 대출심사위원회 심의를 누락했다.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은 광명·시흥 신도시와 관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심 대출이 다수 이뤄졌다는 의심을 받은 곳이다. 이에 금감원은 부당 대출과 동일인 대출 한도 초과와 관련해 임원 주의 5명, 직원 주의 10명, 경영 유의 3건의 제재를 내렸다.
전북 지역 농협 8곳에서 군산 미분양 다세대주택에 공동대출을 해줬다가 일부를 회수하지 못한 사실이 지난해 농협중앙회 감사에 적발됐다. 당시 공시된 피해 예상액은 115억원에 달했는데, 농민회는 농협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제주도 지역 농협은행 직원이 가족 등의 명의를 도용해 7차례에 걸쳐 27억여원을 불법 대출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가 하면 농협이 임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환급해 사실상 0%대 금리 특혜를 주는 관행도 오래 이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임직원이 주택자금을 대출할 때 정상 금리를 적용하고, 이듬해 현금으로 이자를 보전해주는 페이백 방식의 꼼수를 부린 셈이다.
◇ 조합 임원 장기 집권 가능해 개혁 어려워
사고와 논란이 반복되면서 농협 조직 내부의 자정 및 통제 기능에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두 개의 지주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전국 지역 농민조합원들이 각 지역 조합장을 선출하면 그 조합장들이 농협중앙회 총회·대의원회·이사회에 참여해 중앙회와 지주회사에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다.
현재 농협 상임 조합장은 연임할 수 있다. 비상임 조합장과 이사들도 상임 조합장과 비슷한 영향력을 갖는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의원은 농협·수협·산림조합 조합장과 주요 임원의 임기를 연속해 12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농협·수협·산림조합 변화 쇄신 3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비상임조합장의 16.2%가 4선 이상, 37년간 10선을 한 사례도 있다. 윤 의원은 "현행법은 농협의 상임 조합장에만 3선 연임을 제한하고 있는데, 비상임조합장과 주요 임원도 조합 내 영향력이 커 조합의 투명한 운영과 집행 권한 분산을 통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장과 주요 임원의 초장기 연임이 가능한 구조 탓에 친인척 채용 비리와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폐단이 발생해왔다"면서 "내부 인사 구조와 통제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 추후에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