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산 코인 ‘루나’와 ‘테라’의 ‘코인런(대규모 인출·Coin Run)’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케이뱅크 예금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케이뱅크의 예금 잔액의 절반이 업비트 예수금인 데다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인터넷뱅크 3사 중 최저 수준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에 예치된 업비트 투자 현금은 5조5617억원이다. 케이뱅크 전체 예치금(11조4999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에 ‘코인런’이 발생할 경우, 은행의 유동성 부담은 물론 고객 예치금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만약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거래소 관련 현금을 인출한다면, 전체 예금의 절반이 흔들릴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실명계좌를 터주고 있지만, 이들은 전체 예금 규모가 크기에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 비중이 1% 미만이다.
케이뱅크의 BIS 비율 역시 카카오뱅크(35.65%)·토스뱅크(36.71%) 등 다른 인터넷은행의 반절이 안 되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BIS 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8.12%를 기록했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 건전성을 보여준다. 숫자가 높을수록 은행 재무 상황이 좋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케이뱅크가 지난해 자본 확충을 위해 유치한 투자금 1조2500억원 가운데 7250억원을 BIS 비율 계산에서 제외했다.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인 BC카드는 유상증자 당시 제3자 배정 신규 투자자 손실 보장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은 투자금에 손실을 보장하는 조건이 붙는 만큼, 순수 자기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업비트 의존을 많이 하는데, 만약 가상자산 하락세가 계속돼 ‘코인런’이 발생하면 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최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만큼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날 수 있어 자기자본을 충분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은 업비트에 매수·매도 거래가 몰릴 때마다 ‘먹통’ 문제가 발생해 왔다. 지난해 10월 말 업비트에 가상자산 3종류가 신규 상장하자 거래량이 급격히 몰리면서 앱이 1시간가량 먹통이 되는 등 지난해에만 네 차례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케이뱅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입출금, 송금 등 기본 업무는 물론 카드 결제 등 전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연내 계획했던 기업공개(IPO) 추진도 불확실해졌다는 전망도 나왔다. 케이뱅크는 당초 2023년을 목표로 IPO를 계획했지만,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 예상보다 빠르게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그 시기를 올해로 앞당겼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상황을 고려해보면)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밸류에이션을 낮추든가, 비상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