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독일에 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 기업의 동유럽권 진출이 확대되면서 유럽 지역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가 독일로 국외출장을 떠난 지난달 16일 진행한 금융기관 간담회에서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현지 진출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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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기관 현황과 관련해 당시 현지 관계자는 “산업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현재 지점 전환 작업을 추진 중으로 2023년 초 인가 획득이 예상된다”며 “KB국민은행, NH농협이 현지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독일에 진출한 금융기관은 산업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현대해상화재, 현대캐피탈 등이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측은 기초 단계의 검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모니터링하는 단계”라면서도 “법인 설립이라는 게 구체적인 일정이 나와야 하는데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지 법인에 대해 검토하는 것은 없다”며 “영국 런던 사무소의 지점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며 부인했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이에 대해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독일 진출 검토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약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완하려는 행보라고 해석했다. 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해외 진출 역사가 짧아 네트워크가 많이 없어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유럽의 영업 거점이 부족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영국 지점만을 가지고 있고 NH농협은행 역시 런던사무소만 개소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유럽 시장을 전반적으로 아우르기 위해 새로운 거점이 필요하자 독일 진출이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금융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만약 이들 은행이 독일에 법인을 설립한다면 최근 동유럽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국내 기업이 현지에 진출했을 때 시설자금 대출 등 여신거래는 물론 현지 기업 신디케이션론 참여, 유로화 송금·중개 업무 등을 진행할 수 있다.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의 외국인 투자 기업 우대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기업이 생산 기지를 설립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동유럽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어 은행들 역시 이 지역에 동반 진출했거나,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진출을 결정한다면 지점보다는 법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은행의 해외 진출 시 현지 리테일 및 영업 중심의 전략을 짤 때 법인을 설립한다. 지점으로 나갈 때는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글로벌 진출 전략을 현지화로 잡고 있는 만큼 법인 형태로 나가려고 할 것”이라며 “법인 설립은 향후 (사업) 발전성이 좋으며,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할 때 필요한 금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법인이 지점 형태로 내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