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또다른 코인인 테라KRT(KRT)는 루나 사태가 발발할 이후에도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KRT는 일종의 국내판 테라(UST)다. 신현성 티몬 의장의 ‘차이코퍼레이션’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한국판 루나’ 혹은 ‘김치 루나’로 부르기도 한다.

신현성(왼쪽) 티몬 의장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테라

KRT는 UST와 똑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다른 점이라면 UST가 달러에 페깅(가치 유지) 했다면, KRT는 원화에 페깅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는 급격한 유통량 증가 및 시세 변동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루나(LUNA), UST와 함께 KRT도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KRT는 코인원 등 몇몇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KRT는 신현성 티몬 의장이 만든 ‘차이코퍼레이션’의 결제 수단으로도 쓰였다. 차이코퍼레이션은 지난 2019년 수립된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써, 간편 결제 서비스인 ‘차이 페이’ 등을 주력 서비스로 내세웠다. 같은 해 차이코퍼레이션은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와 제휴를 맺었다.

당시 차이코퍼레이션은 결제 수단인 ‘차이(CHAI)’라는 티몬 모바일 결제 수단을 만들었다. 이는 은행 계좌에서 원화를 이체해 사용하는 선불 전자 지급 수단으로, 네이버페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됐다.

테라폼랩스는 차이에게 블록체인 기술 등을 제공하며 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회사는 티몬 외에도 다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으로 확대하려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결국 두 회사는 2020년 제휴 관계를 끊었다.

KRT의 근 1년 간의 시세. KRT는 지난해 5월 0.9원대에 거래되다 18일에는 0.09원까지 떨어졌다. /코인마켓앱 캡처

이후 KRT는 스테이블 코인으로서 가치를 잃기 시작했다. 가격이 내려가며 지난해 5월에는 0.9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코인마켓앱에 따르면 19일 기준 KRT는 0.09원에 거래되며 1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KRT를 두고 냉담한 평가를 내놨다. 원화가 달러만큼의 값어치를 지니지 않았기에 수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달러보다 원화를 선호하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KRT는 어차피 망할 수밖에 없었던 코인”이라고 혹평했다.

다만 ‘루나 쇼크’가 터진 이후, 신현성 티몬 의장은 권도형 대표 ‘선 긋기’에 나섰다. 차이코퍼레이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테라폼랩스와 관계없음을 설명하거나, 촬영한 UST 관련 영상을 내리는 식이다. 루나 사태 발발 2주 전에는 한 유튜브 채널에 ‘신현성 티몬 의장이 분노에서 시작한 테라’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신 의장 측의 요구에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가상자산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의장의 사이가 원래부터 좋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이 테라폼랩스와 제휴를 끝낸 시기인 지난 2020년쯤 두 인물의 불화설이 돌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의장과 권 대표는 사업 측면 외에도 개인적인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계 악화로 사업 정리를 했다곤 볼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업계에서는 둘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테라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서로 의견 다툼이 많았다는 풍문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신 의장이 준비하던 ‘티몬 코인’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티몬은 올해 상반기 내로 코인 백서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루나 쇼크가 발발하며 그 신뢰도에 타격이 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현성 의장이 권도형 대표와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 건 곧 발행할 티몬 코인 관련해서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확실한 것은 신 의장도 루나 쇼크로 인해 이미지 타격을 크게 입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