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쇼크’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테라(UST)에 이어 다른 스테이블 코인 또한 달러 가치와 연동(페깅)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며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루나 발 쇼크’가 스테이블 코인 전체 신뢰도를 깎아내렸다고 봤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10시 37분 기준 코인마켓앱 등에 따르면 데이(DEI) 코인은 0.59달러에 거래 중이다. DEI는 지난 5월 15일까지는 약 1달러를 유지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하며 현재는 가치가 반 토막 난 상태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며 DEI 역시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했다. DEI는 ‘데우스(DEUS) 파이낸스’사가 발행하고 있으며 코인 1개 당 1달러에 연동되는 일명 ‘스테이블 코인’이다.

DEI 역시 UST와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으로 운영된다. DEI는 코인 유통량 중 일부만 지급준비금으로 유지한다. 외에 다른 스테이블 코인 80%와 자체 별도 가상화폐인 데우스 코인 20%로 가치를 유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DEI의 담보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이번 문제가 된 UST도 상당수 섞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UST 가격 하락과 동시에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이 합쳐지며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 코인 DEI이 5월 15일을 기점으로 /코인마켓앱 캡쳐

업계에서는 DEI 외에도 다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또한 안전하지 않다고 봤다. 대장 격인 UST가 무너지고 DEI 또한 하락하면서 다른 코인들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는 “트론의 USDD나 웨이브의 USD가 UST와 비슷한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며 “현재 이 두 코인은 가치가 1달러 비슷하게 유지되고는 있으나, 언제든지 루나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UST와 다르게 실물 자산을 담보로 하는 코인 또한 이번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보는 시선도 있었다. 코인 시장이 전반적으로 신뢰를 잃으며 투자자들이 다른 유형의 스테이블 코인까지 불안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물 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UST와 다르게 봐야 한다”며 “다만 일반 투자자의 시선에선 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따라서 ‘패닉셀(공포 매도)’하는 이들이 많아질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국채 등 실물 자산을 담보로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테더’의 경우 1달러의 가치가 무너지자 투자자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테더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70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인출했다.

한 관계자는 “사실 테더는 페깅에 그리 뛰어난 화폐는 아녔다”며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대규모 인출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뢰도와 유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혁 쟁글 글로벌인사이트팀 매니저는 “과거 ‘아이언 파이낸스(Iron Finance)’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부분적으로 담보를 뒀다가 실패했다”며 “그러나 ‘프락스(FRAX)’도 이와 비슷함에도 여전히 1달러 가치를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FRAX는 사용자들의 신뢰와 함께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스테이블 코인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