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박모(28)씨는 2년 전부터 알트코인 시장에 투자해왔다. 그가 투자한 금액은 1000만원 정도다. 투자한 코인 종목은 메타디움, 펀디엑스, 도지코인 등 총 8개다. 이날 그의 손실률은 -52.73%를 기록했다. 박씨는 “1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남은 것은 35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26)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씨는 2년 전 코인 리딩방과 같은 대화방에 참여해 이더리움을 제외한 리플, 에이다, 메타디움, 보라, 디센트럴랜드, 엔진코인 등 10여 개 알트코인에 투자했다. 그러나 그도 최근 하락장에 수익률이 -55%를 기록하며 큰 피해를 봤다. 이씨는 “아로와나 코인이 1만2000원일 때 들어갔는데, 최근 700원까지 떨어졌다”며 “앞으로는 코인 시장이 아닌 예적금 쪽으로만 투자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른바 잡코인(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제외한 부실한 알트코인) 뿐만 아니라 달러화 등에 연관돼 안정성이 비교적 담보됐다는 스테이블 코인이나 각종 증권화 토큰 등도 동반 폭락하는 양상이다.

일러스트=손민균

지난 10일 오후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한 채굴 코인인 루나(LUNA)는 장중 한때 50% 넘게 폭락하며 24.14달러까지 떨어졌다. 11일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루나(LUNA) 코인은 오전 8시 11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58.88% 급락한 16.63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의 경우 11일 오전 10시29분 기준 3만872.60달러에 거래되며 지난해 11월 신고가 6만7600달러 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이는 1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약 20% 하락한 수치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솔라나, 리플, 카다노 등 다른 알트코인 역시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지난 2~3년간 가상화폐가 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자산이 아닌 고위험·고빈도 거래가 동반된 파생금융상품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또한 코인 시장이 주식 시장과 거의 동조화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 관악구의 박모(28)씨는 2년 전부터 약 1000만원을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며 그는 -52.73%의 손실률을 입었다. /독자 제공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인 시장이 주식 시장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0년 말부터 미국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코인 시장에 많이 참여했다”며 “금리 상승기엔 위험한 자산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가상코인의 경우 주식보다 더 크게 반응하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계획하면서 최근의 하락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며 가상화폐보다는 전통적인 금융업에 투자자들이 주목할 것이란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인 시장 하락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이 하락하는 개념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며 전통적인 금융업에 대한 자산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