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과거 우리은행에 대해 집중적인 검사를 벌였음에도 대규모 횡령 사건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며 감독과 검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후처벌'에 초점을 맞춘 종합검사 관행과 상시감시체계 미작동으로 금융감독 시스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윤석헌 전 금감원장 재임 기간(2018년 5월~2021년 5월) 우리은행은 총 11차례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 직접 제재와 자율처리 통보 사안을 포함하면 최소 55명의 임직원이 징계를 받았다.
이러한 집중적인 검사에도 우리은행 횡령 사건은 금감원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수시검사의 경우 '주제'를 잡고 들어가는 만큼 횡령 사건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해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금감원이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종합검사 때도 횡령 사건의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2018년 10월 경영실태평가를 받은 뒤 2019년 금융지주 전환에 따라 3년 만에 종합검사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종합검사가 사후처벌을 위한 주요 이슈에 대해 점검하는 성격으로 이뤄지면서 이번 횡령 사건을 놓쳤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 종합검사를 할 당시 은행권에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던 만큼 이번 횡령과 관련된 기업구조개선 및 인수합병(M&A) 자금 등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볼 수 없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사건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저인망식 검사라는 종합검사의 효용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며 "종합검사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상시검사체계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의 잦은 검사·제재 프로세스의 변경으로 감시 체계에 공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 시절 금융사 자율성 확대를 명분으로 단계적으로 폐지됐으나 윤석헌 전 원장이 4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러나 정은보 금감원장은 올해 초 다시 종합검사를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고 감독 목적에 따라 정기‧수시검사를 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우리은행의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이 검사를 폐지하기로 한 뒤 이뤄져 이전과 같은 '먼지떨이'식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같이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은행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면서 금감원의 검사 체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금융감독의 검사·제재 시스템 개편안 마련이 포함됐고, 감사원 역시 이달 중 금감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며 검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시스템 등에 보완할 점이 있다면 당연히 보완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어떤 판단이나 평가를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우리은행) 검사를 마무리하고 내부통제를 (금감원이) 사전에 지시하고 감독하는 측면에서 이슈가 있다면 반영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감독 체계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와는 달리 이번 횡령 사건은 감독체계 미비에 따른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종합감사 폐지 등 규제 완화 차원에서 금감원의 일부 책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사건은 일차적으로 우리은행의 이사가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하는 등 내부통제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