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업계가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후불결제 시장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핀테크업계와 카드사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후불결제란 외상으로 결제하고, 한 달 뒤 등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일종의 ‘외상 거래’를 의미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올해 3분기 후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KB국민카드 사내벤처팀 ‘하프하프’는 최근 통합 결제 서비스 기업 다날과 후불결제 서비스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먼저 비금융정보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역시 국내 1호 대안신용평가 기업 크레파스솔루션과 함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는 대안신용평가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데이터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양사는 금융사 및 후불결제사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핀테크가 뛰어든 후불결제 시장에 카드사가 잇달아 진출하는 이유는 미래 고객 선점 때문이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거나, 소액 단기 신용대출이 필요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씬 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Thin Filer)’가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불결제 서비스에 익숙해진 MZ세대(밀레니엄+Z세대, 1980~2000년대생)가 향후 비슷한 기능을 가진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당초 후불결제 서비스 근거가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월 최대 30만원 한도로 조건부 허용하면서 서비스 도입이 가능해졌다.
현재 국내 후불결제 시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를 통해 지난해 4월 국내 빅테크 중 가장 먼저 후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체 심사를 통과한 사람에게 최대 월 30만원 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 1월부터 ‘후불형 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월 15만원 한도로, 향후 쇼핑 등 일반결제에 대한 후불결제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토스는 지난달부터 한 달 30만원까지 가능한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후불결제는 해외에선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올해 미국 후불결제 사용자가 지난해(약 4900만명)보다 21%가량 증가한 약 5930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후불결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1조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 플랫폼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결제액의 약 3%에 해당하는 카드사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금융 플랫폼 페이사 입장에서 수익구조가 유리한 편”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분할납부 기능이 없고, 이용 금액 한도도 월 30만원의 소액이라 아직은 선풍적인 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