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당첨 기쁨도 잠시네요. 현금은 3000만원 있고, 3억원 이상 대출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경기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K씨는 요즘 주택 자금 마련 문제로 걱정이 많다. K씨는 "디딤돌대출을 최대로 받아도 1억원 이상을 신용대출로 받아야 하는데, 외벌이라 부담이 있다"면서 "빚 갚으면서 버티는 게 맞을지, 웃돈 붙여 분양권을 내놓는 게 맞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기 금융 소비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big step)' 가능성을 시사하자, 금융권에서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내에 2%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2%대 중반까지 오를 것이란 예상도 있다.
국내외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각종 대출을 최대한 이용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의 당초 계획에도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른다. 기준금리 인상은 곧 은행채, 코픽스 등 단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은행 전체 대출의 70%가 은행채, 코픽스 등과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미국 연준의 빅스텝에 맞춰 한국도 기준금리를 2%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잔액 대출 금리는 4%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 이재석 키움증권 연구원은 "6개월~1년 만에 이자 부담이 40% 이상 증가하는 것이라 기존 대출자 입장에서 볼 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신규 대출 금리 상승을 유도하고 부동산 투자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금리 상승기 이자 부담을 줄이려면 빚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그럼에도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대비해, 상품별 조건을 꼼꼼히 따져 선택하고, 대출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① 금리 낮은 정책모기지상품부터 살펴라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책 상품들은 시중 은행 대출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금리 인상 폭이나 반영 속도도 상대적으로 더딘 경향이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대표적인 장기 고정금리형 모기지 상품이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1억원 이하인 무주택·1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3억6000만원(다자녀 최대 4억원)을 빌릴 수 있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오는 5월 'U보금자리론' 금리는 10년 만기의 경우 연 4.1%, 40년 만기의 경우 4.4%가 적용된다. '아낌e보금자리론'은 만기에 따라 연 4.1%(10년)~연 4.3%(40년)다. 조건에 맞으면 적용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우대금리는 최대 0.8%p다. 신혼부부인 경우 0.2%p 우대 금리를 적용한다. 한부모·장애인·다문화·다자녀 가구의 경우 우대금리는 0.4%p다.
적용 금리가 더 낮은 디딤돌대출의 문턱은 다소 높다. 이달 디딤돌대출 적용 금리는 차주의 소득 수준과 만기에 따라 연 2.15%~ 연 3.0%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5억원 이하 저가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하는데,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 합산 순자산이 4억58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단, 신혼부부, 자녀가 2명 이상인 부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인 경우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까지 자격을 부여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변동금리 상품보다는 대출만기 동안 금리가 고정되는 상품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해 나가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책상품 금리도 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3~4월 두 달간 국고채 5년물 금리가 80bp 이상 올라, 보금자리론 재원조달 비용이 급증한 탓에 보금자리론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주택금융공사 측 설명이다.
② 변동금리 vs 고정금리 유불리 따져야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매겨진다. 변동금리는 6개월 또는 1년마다 재산정된 기준금리를 반영한다. 금리가 대출 만기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정금리는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 영향을 바로 받는다. 혼합형은 대게 3년 또는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이후 6개월씩 금리가 시중 금리에 맞춰 변동되는 구조다.
최근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면서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당분간 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 하에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을 때 고정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A은행 관계자는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고 미국과 한국이 수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주담대 같은 장기 대출을 신규로 받아야 한다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시장 변화에 따른 대출 정책 변화, 차주의 자금 활용 및 상환 계획, 주택 등 부동산 매도 가능 시점, 차주의 연령과 소득 변화 등에 따라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유불리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은행관계자들의 얘기다.
B은행 관계자는 "요즘 금리로 고민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영업지점에서도 두부모 자르듯 '고정금리로 하셔야 한다'고 단정 지어 답변드리지 못한다"면서도 "이론적으로는 금리인상기에 고정금리가 유리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변동금리로 가져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데다, 한국은행이 시장 충격을 감안해 단기에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에서다.
그는 "장기 대출이라면 우선 변동금리로 가져간 뒤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3년 경과 시점에 고정금리형으로 갈아타서 이자 부담을 헷지(hedge)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과거 금리 인상기 서민 등 시장 충격을 감안해 안심전환대출 같은 정책상품을 통해 저금리 고정형 대출 전환 기회를 일시적으로 준 적도 있다"면서 "금리 상승기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이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 제도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③ 표면 금리만 보지 말고 세부 조건을 보자
은행의 주요 대출 상품의 표면적인 금리 수치만 비교할 게 아니라 차주의 상황과 대출 조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은행들은 대출상품에 따라 예적금 통장, 급여이체, 신용카드 결제 실적, 직업, 다자녀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각종 조건에 부합하면 금리를 좀 더 낮출 수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에 따른 손해도 고려해야 한다. 3년 안에 타행 주담대로 갈아탈 경우 최고 1.2% 수준의 중도상환 수수료가 요구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는 대환 대출이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대환 대출 시 이자를 줄일 수 있는 금액보다 수수료 액수가 크면 손해이니 이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주의 연소득 증가, 신용등급 상승, 직장 변동 등에 따라 상환 능력이 좋아지면 행사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만, 부채 비중이 커졌다면 금리 인하 요구가 거절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