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험사들은 금리 인상으로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 압박까지 받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을 공시한 주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지난해 4분기보다 17.1~67.1%포인트 하락했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을 뜻하는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했고,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150%에 미달한 보험사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이 유일했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들의 RBC 비율 상황을 보면 올해부터 금융당국 권고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의 RBC 비율은 지난해 말 179.4%에서 올해 1분기 말 162.3%로 떨어졌다. KB손보와 함께 KB금융지주 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의 올해 1분기 말 RBC 비율도 280.7%로 전 분기 대비 61.7%포인트 추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생명은 200.4%에서 171.1%로 29.3% 하락했다. 신한라이프는 RBC 비율이 지난해 4분기 말 284.6%에서 올해 1분기 말 255.0%로 29.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RBC 비율이 200% 미만인 보험사는 DB생명(157.7%), 흥국생명(163.2%), KDB생명(168.9%), KB생명(186.5%), 한화생명(184.6%), 흥국화재(155.4%), AXA손해보험(169.7%) 한화손해보험(176.9%) 등이다. 이 회사들도 올해 1분기 RBC 비율이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하락하는 주요 원인은 금리 인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0.5%에서 1.5%까지 올렸다.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2.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보험사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지급여력 비율이 떨어진다.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RBC 비율은 5%포인트 가량 하락한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RBC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 업무설명회에서 생명보험업계에 보험료 산정체계를 점검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보험료는 그대로'라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손해보험업계도 금리 인상을 반영, 자동차보험에 적용되는 예정이율을 높여 보험료를 낮춘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산정 체계는 자율 점검으로 상품 가격에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사후감리로 보험사들이 보험료 산정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내부 프로세스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