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대 카드사 신한카드와 그 뒤를 바짝 쫓는 2위 삼성카드, 1위 금융지주사 소속 KB국민카드에서 불과 며칠 간격으로 잇달아 이용자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카드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카드업계가 정작 기본적인 금융 보안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 어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이 모 씨는 지난 20일 결제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앱에 로그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정모 씨 계정에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연결됐다.

이 씨는 본인이 지정한 여섯자리 비밀번호를 누르고 앱에 로그인했지만, 한시간 동안 생면부지인 정씨의 다음 달 결제예정금액과 이용대금 상세내역, 할부내역을 마치 본인 계정처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이 씨가 앱에서 로그아웃을 하고 다시 로그인을 한 뒤에야 해결됐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일시적인 전산시스템 불안정으로 발생한 오류"라며 "해당 제보자 사례 1건을 제외하고 노출된 이용자는 없다"고 해명했다.

KB국민카드. /연합뉴스

이보다 사흘 앞선 지난 18일에는 삼성카드가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화재와 함께 만든 앱 '모니모'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모니모는 삼성 계열 금융사들이 네이버나 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통합 앱으로 지난 14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서비스 시작 이후 나흘이 채 지나지 않은 18일 오후부터 19일 오전 사이, 모니모에 가입한 삼성증권 이용자 344명의 계좌번호·현재 잔고·보유종목과 수익률 같은 민감한 정보가 다른 이용자에게 무작위로 유출됐다.

삼성금융네트웍스 관계자는 "해당 오류로 인한 금전적 피해나 개인 정보가 앱 외부로 유출되는 2차 피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니모를 운영하는 삼성카드는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만 이틀이 지나도록 해당 사고에 대해 공지하지 않아 이용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현행법상 관리 부실로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된 경우 반드시 해당 사실을 금융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수일 간격으로 굵직한 주요 카드사에서 보안 관련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즉시 칼을 뽑아들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사고발생 경위를 파악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히 배상토록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시스템을 즉시 개선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감독원은 또 "모바일 기반의 금융플랫폼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테스트 및 제3자에 의한 검증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중대한 법규위반 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신한카드에서는 지난 10일 전후로 무더기 부정 결제 사고가 발생했다. 신한카드 이용자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백만원이 연이어 결제돼 수십만워에서 수백만원대 손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명의도용 사고를 일으킨 신한카드에 대해 수시검사를 진행할 계획을 밝히고 21일부터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뿐 아니라 수사당국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과 각 시도경찰청 등을 통해 이번 신한카드 피해 신고를 접수 현황을 파악한 후 담당 수사관서를 지정할 예정이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앱을 개발하다 보면 금융기관이 보안 문제를 느슨하게 다룰 여지가 생긴다"며 "카드사들은 지난해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으로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표준 인증 기술 뿐 아니라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 투자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검토해 볼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5년간(2017~2021년) 국내 카드사 부정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카드 정보도용에 의한 부정사용은 5년간 2017건, 명의 도용은 1077건에 달했다.

도난·분실을 포함한 전체 부정 사용 빈도가 가장 잦았던 신용카드사는 신한카드(2만9918건·26.6%), KB국민카드(2만2044건·19.6%), 우리카드(1만7587건·15.6%), 현대카드(1만1911건·10.6%), 삼성카드(1만199건·9.1%) 순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