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은 은행권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4달째 감소했다.

그러나 기존 은행과는 다르게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 속 인터넷은행의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유리하고, 대출 과정 또한 간편하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의 2022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케이뱅크 제공

이러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토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세다. 이들 인터넷은행의 3월 말 기준 총잔액은 36조143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9%(약 2조6610억원)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초 대출을 재개한 토스뱅크는 대출 잔액이 전년 말 대비 1조8873억원 늘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각각 7200억원, 103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7436억원(0.39%) 줄어든 703조1937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연속 감소세로, 감소 폭도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과 비교하면 더 확대됐다.

인터넷은행이 금융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주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출 조건이 꼽힌다. 시중은행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3월 말 기준 누적 약정금액 약 1100억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의 변동형 기준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3.01%로 시중은행보다 훨씬 낮다. 최근엔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 2월 기준 전세대출 금리가 2.9%로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출시 6개월 만에 대출잔액 6000억원을 돌파했다. 토스뱅크는 신용점수 454점까지 대출을 실행하는 등 중·저신용자를 겨냥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말까지 신규취급 가계 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1.75%를 기록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 모습. /뉴스1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다음 먹거리로 기업대출을 겨냥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2월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개인사업자 전용 무보증·무담보 신용대출상품 '사장님 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한 달 반 만에 대출잔액이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모바일 플랫폼의 편의성과 상대적으로 싼 금리·수수료, 혁신적인 서비스 등을 앞세워 젊은 세대 중심의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면서도 "시중은행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최근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은행 간 대출 금리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