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매각 계약을 맺은 KDB생명보험이 10개월째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매입 대금 확보 방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KDB생명의 인수자인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가 또다른 피인수회사인 기업형 법인보험대리점(GA) 리치앤코에 KDB생명 출자를 요구한 건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가 동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건전성 확보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보험 사옥. /KDB생명보험

금융위는 지난 13일 JC파트너스가 대주주인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정부 관리 하에 매각 등 정리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JC파트너스가 MG손보에 대한 자본확충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본 결과다. 금융위는 이제 KDB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MG손보와 관련된 이슈도 함께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아직 KDB생명 인수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 문제를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사 절차가 멈춰 있는 것은 MG손보 이슈 때문이 아니다"며 "JC파트너스가 또다른 피인수 회사인 리치앤코에 KDB생명에 재무적 투자자(LP)로 참여해 출자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MG손보 이슈도 이제 심사 과정에서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C파트너스의 보험 관련 계열사. /조선비즈

금융위에 따르면 JC파트너스는 2021년 하반기 인수 협상 중에 있던 리치앤코에 KDB생명에 출자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금을 또다른 인수 대상 기업에 출자하는 행위가 일종의 순환출자에 해당된다고 보고 사실 관계에 대한 소명 및 동반 부실 방지 방안 등을 요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리치앤코 이슈에서 홀딩(중단)이 되어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부터 리치앤코 인수를 추진해 올해 2월 지분 60%를 1850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대해 JC파트너스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리치앤코의 KDB생명 출자 문제 등은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KDB생명 인수와 관련된 심사가 지연되는 핵심적인 원인은 금융당국이 JC파트너스에 대해 갖고 있는 의구심이 깊다는 것이다. 인수 대금 마련 및 자본 확충을 위한 자금 동원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회사들을 지원할 가능성을 높다고 보는 셈이다. 사모펀드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한 뒤, KDB생명 자금을 활용해 MG손보 살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G손보의 부실금융회사 지정이 KDB생명 인수 심사 과정에 논의되면서 추가적인 심사 지연 가능성도 높아졌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나아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산은이 무리한 매각에 나섰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시내의 MG손해보험 지점. /뉴스1

금융위는 지난 1월 MG손보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면서 2월 말까지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3월 25일까지 자본확충계획을 완료하라고 했다. 그리고 3월까지 360억원을 마련하고 오는 6월까지 900억원을 추가 마련하겠다는 JC파트너스의 경영계획서를 승인하지 않았다. 자본확충 방안이 명확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증빙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리더스기술투자로부터 300억원을 유치해 증자하겠다고 밝혔으나 240억원만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는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JC파트너스는 2023년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 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는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채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 주장해왔다. 또 자산 실사가 청산가치 기준으로 이뤄져 실질 가치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JC파트너스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