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연 1.25%인 현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여·수신 금리도 상승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준금리와 함께 은행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렸거나 빌리려는 차주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이날 은행업계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 주상영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2022.4.14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2월 중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의 평균금리는 3.96~4.37% 수준이다. 한은이 0.5% 기준금리 기조를 이어가던 지난해 2월 당시 같은 조건의 주담대 평균금리(2.70~2.97%)와 비교하면 1%P 이상 오른 것이다.

해당 조건의 주담대 최근 금리 추이를 보면, 작년 11월 3.61%~3.82%, 작년 12월 3.66~4.24%, 올해 1월 3.88%~4.30%로, 매월 꾸준히 올랐다.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져 하반기에는 7%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최근 은행권의 한시적인 가계 대출 금리 인하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하자 최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추고 대출 한도를 증액해 가계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인데, 소폭 꺾였던 금리가 고개를 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권 금리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주담대와 기업 및 개인 신용대출도 금리 상승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4일부터 주요 전세자금대출상품의 금리를 0.2%P 내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0.45%P,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0.15%P 인하했다.

KB전세자금대출(주금공 보증)과 KB주택전세자금대출(주금공 보증)도 각각 0.55%P, 0.25%P 낮췄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0.2%P, NH농협은행 0.3%P씩 각각 내렸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역성장 심화 가능성과 함께 가계부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감소하는 한편,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크게 불어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카드 사용액을 제외한 가계대출 규모는 1755조8000억원이고, 변동금리 비중이 76.1%다. 대출금리가 0.25%p 오른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3404억원(1755조8000억원×76.1%×0.25%)이 된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000원에서 각각 305만8000원, 321만9000원으로 16만1000원, 32만2000원 뛴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난 8개월간 1.00%P 인상한 데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64만4000원 정도가 된다. 최신 잔액 통계와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4조1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되면 가계와 취약계층의 채무 상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시장 위축 장기화 우려도 크다. 대출 영업 등 경영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원 줄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인데, 대출금리 상승,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주택거래량 둔화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이 꾸준히 감소하며 역성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면서 "작년까지 대출 공급은 제한된 상황에서 대출 수요가 급증해 가산금리가 상승하던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작년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번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리고 나서 지난 2월 현 수준으로 동결했다가 두 달 만에 다시 0.25%P 인상했다. 최근 약 8개월 사이 기준금리가 0.5%에서 1.50%로 1.00%포인트 오른 것이다.

지난달 말 이주열 전 한은 총재 퇴임 이후 최고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관심이 쏠렸는데, 최근 물가 오름세가 한은의 당초 예상보다 큰 데다 미국의 본격적 통화 긴축도 임박한 만큼 금통위원들이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