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손해보험사 카카오손해보험(이하 카카오손보)이 출범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상반기 정식 법인을 출범하고 서비스 준비기간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3분기 중 영업을 개시한다.

보험업계에선 카카오손보가 당분간 시장 규모가 작은 미니보험 상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카카오손보가 디지털 등 보험업계의 미래 먹거리를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경./카카오 제공

◇ 카카오손보 "생활밀착형 보험상품 집중"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손보는 출범 초기 생활밀착형 소액 단기 보험인 미니보험 상품 출시에 집중한다. 미니보험은 가입이 일회성이거나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짧고, 위험보장 내용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간단한 보험상품이다. 여행자보험, 펫 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당장은 기존 보험사들에 큰 위협을 주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되는 미니보험 시장은 아직 굉장히 협소하다"면서 "카카오손보가 당장 보험 시장에 큰 영향을 주거나 기존 보험사의 거대한 경쟁자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국내 미니보험 시장 규모를 전체 보험료의 약 10% 미만 수준으로 추정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 장기 보험 상품은 오프라인 영업이 핵심이고, 기존 보험사의 영업망이 탄탄하기 때문에 카카오 입장에서 미니보험 상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보험 이미지. /조선DB

카카오손보에 앞서 디지털손보사로 출범한 캐롯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도 미니보험 등 이색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손보도 카카오만의 색깔이 담긴 보험상품을 준비해 출시한다는 계획으로, 기존 보험사들이 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손보는 친구와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 보험이나 카카오키즈와 연계한 어린이보험, 카카오T 서비스와 연관성을 가진 택시·바이크·대리기사 보험 등도 아이디어 상품으로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페이가 금융에 대한 인식을 바꿔온 것처럼 새로운 디지털 손보사는 보험에 대한 인식을 다시 만들 것"이라며 "기존 편견을 뛰어넘는 보험을 통해 금융 소비자 편익 증대 및 관련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일각에선 "카카오가 시장 집어삼킬 것" 우려도

보험업계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기존 보험사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향후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방침도 빅테크사의 자율규제에 방침을 둬 카카오손보의 플랫폼 규제 리스크마저 사라진 상황이다.

실제 카카오손보는 향후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존 보험사들이 하지 않았던 생활밀착형 혁신적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시작하겠지만, 종합 손보사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향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손보는 이미 자동차보험 관련 경력직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보험 상품 출시를 위한 자본금도 충분하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각각 400억원, 600억원 등 10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했다. 향후 경영 상황에 따라 출자금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가 미니보험 시장은 물론 기존 보험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기존 보험사들보다 훨씬 많은 잠재 고객군의 데이터를 확보해 영업할 수 있는 점이 무기"라고 말했다.

전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 5개사가 공동 브랜드 '삼성 금융 네트웍스'를 출범하고 통합 플랫폼 '모니모'를 출시한 것도 앞으로 카카오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카카오손보의 출범으로 기존 보험사들의 디지털화 드라이브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이 분위기에 잘 적응하면 (카카오손보와) 같이 시너지를 내고 보험산업이 전체적으로 발전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