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 은행들이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대출한도를 다시 낮추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규제 시행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양상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요가 줄자 대출 한도 관리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하나은행 한 지점의 대출창구. /뉴스1

하나은행은 12일 오후 5시 이후 대출 신청 접수분부터 주력 신용대출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의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올린다. 한도 2억2000만원은 가계부채 총량규제 이전 수준이다. 다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연소득 범위를 넘어 빌릴 수는 없다. 하나은행은 4월부터 이 상품의 가산금리를 연 0.2%포인트(p) 낮추었다.

우리은행은 11일부터 부동산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인 ‘우리원더랜드’의 가입자가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을 신규로 받을 경우 쿠폰 혜택을 통해 0.1%p 금리 우대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에 0.2%포인트의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해오고 있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주식 시장 부진 탓에 지난달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연속 줄었다. 올해부터 은행들은 분기별 증가율 목표치에 맞춰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 대출 총량이 감소한 만큼 대출 문턱을 인위적으로 높일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3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2000억원이었다. 전월 대비 2조7000억원 줄었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인위적으로 높였던 가산금리를 정상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5∼0.55%p 낮췄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8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각각 내렸다. 일부 은행의 경우 이달 초 최종 대출금리와 기본금리 간 차이(스프레드)가 지난해 대출 총량규제 본격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하나, 우리 등 나머지 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 우대금리를 확대해 최근 다른 은행들의 금리인하와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하고 추후 가산금리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