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겠다는 신호를 주자 카드사와 캐피탈 같은 2금융권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자금 조달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채권 시장이 출렁이면서 카드사가 발행하는 여전채 금리는 이달 들어 7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를 넘어섰다.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인 여전채 금리가 출렁이면서,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 역시 곧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3년물 금리가 연 3.352%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가 3% 선을 넘어선 것은 2014년 6월 이후 7년 8개월 만이다. 여전채 금리는 카드론 인기가 절정이었던 지난해 1월 무렵 지금의 3분의 1선 남짓한 1.269%에 그쳤다. 그러나 11월 기준금리 인상기부터 뛰기 시작해 어느덧 3%를 넘어섰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긴축정책에 나서겠다는 행보를 밝히자 여전채 금리는 이전보다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내 국고채 금리도 상승하고, 여전채 금리 역시 이 추세를 따라간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상품 지수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생결합증권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여전채가 파생결합증권을 헤지(hedge)하는 자산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전채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주요 전업카드사별 카드론 고금리대 이용자 비중

채권 투자자들은 카드사 이용자가 시중은행 이용자들보다 건전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여전채 대신 기존 시중은행이나 금융지주가 찍는 금융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 들어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로 카드사 업황이 안 좋아진 것도 여전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같은 이유로 카드사는 기업어음(CP) 같은 수단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두세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채 금리 역시 이 추세에 따르면 곧 3% 중반을 넘길 전망이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장기적으론 카드론과 할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조달비용 원가에 마진을 붙여 제공하는 카드론 같은 대출 상품 금리를 올리고, 무이자 할부 같은 서비스를 줄여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카드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바로 오르내리지만, 조달 금리 상승분은 대다수 카드사가 분기 별로 반영한다"며 "상품 금리가 여전채 금리 움직임에 맞춰 즉시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 자연스럽게 카드론 같은 대출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카드론 금리는 여전채 금리 움직임에 대비해 비교적 잠잠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주요 전업 카드사 기준 지난달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1.84~14.94%로 이전달(연 11.79~15.15%)보다 하단은 0.05%포인트(p) 오르고, 상단은 0.21%포인트 낮아졌다.

카드사들이 우대금리까지 쥐여 주면서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 카드론 이용만큼은 피하려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인 덕이다. 지난달 주요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조정금리는 1.31%로 지난해 말(0.58%)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이용자별 신용등급에 맞춘 우대금리나 특판금리 같은 프로모션 혜택을 작년보다 2배 이상 더 줘가면서 대출 금리를 깎아줬다는 뜻이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카드론 같은 금융상품 금리는 조달 금리 외에도 신용점수나 부도율 같은 이용자 개인 신용 관련 부분이 일반 은행대출 상품에 비해 크게 개입한다"며 "카드사가 2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줘가며 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런 경영방식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