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6%를 돌파한 데 이어 전세대출 금리도 최고 연 5%를 넘어섰다. 은행들은 연내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연스레 변동 금리로 돈을 빌려 내 집을 장만한 사람이나 은행 대출을 받아 전·월세로 사는 세입자나 주거비 부담도 1~2년 전보다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기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은행업계에도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리금 상환이 밀리는 차주들이 늘면서 부실이 커질 경우, 은행의 리스크(위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31일 서울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 2022.3.23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의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주택도시보증을 이용한 전세자금대출의 최고금리 상단이 5%대에 진입했거나, 임박했다.

전날 기준으로 각 은행이 주금공 등 보증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최대 2억2200만원까지 빌려주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금리를 따져보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금리 상단이 5%를 돌파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상품들은 임차보증금이 수도권 7억원(지방 5억원) 이하로, 보증금의 5% 이상 계약금을 지급한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최대 보증금의 80% 이내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하나은행의 ▲'주택신보전세자금대출'은 최저 4.661%(코픽스 신잔액 6개월 변동)이고 최고 5.448%(시장금리 12개월 변동)다. 이는 신용등급이 1등급인 고객이 전세금 2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리다. 농협은행의 ▲'NH전세대출'은 금융채 24개월 고정 금리가 4.07~5.07%다. 금융채 6개월 변동금리 적용 시 3.36~4.36%다.

KB국민은행의 ▲'KB부분분할 전세자금대출'의 기본금리(가산금리+기준금리)는 최저 3.55%(신규 코픽스 6개월)이고 최고 4.91%(신잔액 코픽스12개월)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전세자금대출'은 최저 3.33%(신규 코픽스·신잔액기준 코픽스), 최고 4.7%(금융채 1년)다.

우리은행의 ▲'iTouch 전세론'과 ▲'우리전세론(주택금융보증)'의 기본금리는 최고 4.06%(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6개월 변동)로, 최저 3.64%(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12개월 변동)다. 이는 은행내부신용등급(CSS3등급)인 고객이 2억원을 빌릴 경우 적용되는 금리다.

연 6%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날 기준 우리은행의 고정혼합금리형(5년) ▲'우리아파트론'의 기본금리는 6.10 %로, 우대금리(1.09%p)를 적용하면 연 이자율 4.2%에 돈을 빌릴 수 있다. 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의 금융채·5년 변동 금리 상단이 6%에 도달했다. 금리를 최대한 낮춰 받으려면 금융채(6개월) 기준으로 우대금리 0.9%p를 적용받아 최저 3.73%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다른 은행들도 주담대 금리 상단이 6%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날 기준 하나은행의 아파트론 금리 상단은 5.718%,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은 5.57%, 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 5.5%다.

지난해 초만 해도 연 2% 초반에서 3% 중후반 수준이던 전세자금 대출은 1년 만에 1%p 이상 올랐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0월 5%대에 들어선 지 5개월 만에 6%대에 진입했다. 이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준거금리인 코픽스와 금융채 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른 영향이다.

이달 들어 은행들이 지난해 조인 대출 나사를 다시 풀면서 자금줄 숨통은 트였으나,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전세자금 2억원을 연 2.5% 금리로 빌리면 차주가 은행에 내는 한 달 이자는 41만6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금리가 연 5%이면 월 납입 이자는 83만3000원이 된다. 또 주담대를 5%대 금리로 3억원 빌리면 한 달 이자는 125만원이고, 금리가 6%대로 오르면 이자는 150만원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예고한 만큼, 우리나라도 연내 기준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기 불안한 전·월세시장과 부담스러운 주택가격을 사이에 두고 수요자들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된 주택들의 재계약 시점이 도래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면서 "쉽게 말해 가격을 올려 새 세입자를 받으려는 임대인들이 늘면서 주택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주택시장에 부작용을 키운 요인으로 '임대차3법'을 지목하고 이를 폐지 의지를 드러냈으나 현재로서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를 통과시킨 민주당이 시장 혼란만 키울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약체부터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잠재돼 있다. 이는 은행에도 리스크를 키우는 요소다. 차주들의 연체가 시작되는 등 부실이 시작되면 은행으로선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위험이 커지고, 손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대손충당금은 '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의 이익지표도 악화하게 된다.

김경근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자비용 부담 증가율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면서 "이에 따른 자산 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취약 차주의 원리금 상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경근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이 이자마진을 확대시키고 금리역마진 부담을 낮춰 은행업이나 보험업 등에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과거에도 금리 상승이 이어진 후 대손비용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 대손 부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과 같이 국내 경기 여건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여건 등에 따라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