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해외 시장 실적 희비가 진출 국가별로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조선비즈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 은행이 지난해 신남방국가(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서 거둔 실적을 분석한 결과,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순이익이 늘어난 반면, 인도네시아 실적이 다소 부진하면서 은행별 해외사업 성적표에 영향을 줬다.

KB국민은행은 신남방국가 중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진출해있는데, 해당 3개국 연간 실적만 떼보면 647억원대 순손실을 봤다. 전년에는 808억24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봤는데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당기순이익 총액은 전년보다 8.89% 늘어 약 1493억원이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에 현지법인을 둔 우리은행이 지난해 5개국에서 거둔 당기순이익 총액은 전년보다 48.75% 증가해 약 125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업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3곳의 현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속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작년 12월 말 기준 상업은행이 110개(국영은행 4개, 민영은행 106개)로 다수의 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현지 감독 당국이 전체 은행 숫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대 주요 시중 은행.

◇ "부코핀 부실 늪 깊어질라"… 윤종규 회장 "정상화 4~5년 걸려"

KB국민은행은 사업보고서 상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총 647억4400만원의 순손실을 봤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전년 대비 12.7% 늘어난 2조590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KB금융그룹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것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에서 입지와 온도 차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KB캄보디아은행(Kookmin Bank Cambodia PLC.),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법인(KB Microfinance Myanmar Co., Ltd.),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PRASAC Microfinance Institution PLC),▲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PT Bank KB Bukopin Tbk), ▲KB미얀마은행(KB Bank Myanmar Co) 등 5곳 중 프라삭을 제외한 4곳이 모두 전년 대비 실적이 줄었다.

특히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2291억2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434억200만원)보다 적자 규모가 약 6.3배 커진 것이다. 은행 측은 "KB가 보유한 부코핀 지분은 67%로, 지분법에 의한 수익을 따지면 국민은행은 실질적으로 1825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2018년 7월 인도네시아 중대형은행인 부코핀은행(1970년 출범)의 지분을 22%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하지만 부코핀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실채권 비중이 늘고 자본이 감소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 정상화에 나섰고 지난 2020년 9월 4000억원을 투입해 보유 지분을 67% 지분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도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은행 측은 부코핀은행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 삼각벨트'를 형성해 해외사업을 키운다는 청사진을 그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부코핀은행의 정상화 작업에 악재가 됐다. 이에 노조를 비롯한 시장 일각에서는 해외사업 전략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지난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조합협의회 국민은행지부장은 "부코핀이 부실 은행인 줄 알고 인수했지만, 코로나가 겹쳐 부실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지금까지 1조원대 자본 투자가 이뤄졌고, 또 다른 자본 투자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가 인생이고 전부인 직원들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이 성공적인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부코핀은행이 배드뱅크인 걸 알고 샀다"면서 "다만 현 코로나 상황을 계산하고 인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을 맞으면서 구조조정 폭이 확대돼 부담이 늘어났다"면서도 "우리들은 부실은행을 인수해서 정상화하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 시간이 4~5년이 걸릴 것이고 차근차근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답했다.

◇ 은행들 "인니(印尼) 경쟁 쉽지 않네"

지난해 4개 시중은행 중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실적이 성장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472억9600만원으로, 전년보다 57.55% 늘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과 현지 은행인 소다라은행을 합병해 우리소다라은행을 출범시켰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당기순이익은(7100만원)은 전년 대비 약 89.6% 줄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지난해 장부 상 회수가능가액도 전년보다 565억8700만원 감소했다. 은행 측은 "지난해에도 인도네시아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데다 코로나19 영향과 일부 기업 차주의 충당금 전입 증가 영향으로 지난해 회수가능가액이 전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Bank KEB Hana'의 작년 말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2360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0.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75억2000만원으로 전년보다 63.15% 감소했다. 이 은행은 1990년 11월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설립됐으며, 외환은행 종속회사인 인도네시아한국외환은행과 옛 하나은행의 종속기업인 PT Bank Hana가 2014년 2월 20일에 합병해 현 명칭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 2019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재 하나은행이 69.0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 '우리소다라은행' 전경.

◇ 베트남·캄보디아 실적은 전년보다 늘어

국민은행 자회사 캄보디아 프라삭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73.5% 늘어난 2053억4200만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2020년 4월 캄보디아 현지 소액대출금융업계 1위 금융사인 프라삭의 지분 70%를 6억300만달러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고, 작년 10월 나머지 지분(30%) 인수를 위한 대금을 냈다.

신한은행의 신한캄보디아은행(201억4900만원)과 신한베트남은행(1291억6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6.7%, 7.1% 늘었다.

하나은행의 관계사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은 8003억5400만원으로 전년보다 118.8% 늘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전인 2019년 11월 1조원을 투자해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 취득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신남방국가군에서는 ▲싱가포르지점 1곳, ▲베트남지점 2곳,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1곳과 현지법인자(子)지점 47곳, ▲필리핀지점 1곳, ▲미얀마에 대표사무소 1곳을 두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베트남우리은행(273억5700만원)은 전년 대비 48.38%, 캄보디아우리은행(487억6900만원)은 전년 대비 59.23% 증가했다. 반면, 우리파이낸스미얀마는 전년보다 89.62% 감소한 3억4700만원,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은 7.56% 줄어 18억9400만원에 그쳤다.

4대 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금융사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남방국가에 투자를 늘리며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한편, 베트남은 한국기업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우호적인 양국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역 규모와 금융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베트남 은행 산업은 상위 국영 상업은행 중심의 편중된 구조다. 캄보디아는 국민 약 1700만명(2020년 기준)의 약 22%만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금융업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로 꼽힌다. 2021년 12월말 기준 캄보디아 현지에 상업은행 53개사, 특수은행 11개사, MDI(Microfinance Deposit-taking Institution)업 6개사, MFI업 77개사 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영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