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사들의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AI를 활용해 주로 보험 사기나 과잉진료에 대응해 왔다. 그러다가 요즘은 보험금 청구 간소화나 맞춤형 보험료 산정을 위한 소비자 습관 분석 작업 등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올해 목표로 내건 만큼,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001450)은 지난 2020년 빅데이터 기반 AI 분석시스템(Hi-FDS)을 개발했다. 같은 해 교보생명 역시 교보보험사기예측시스템(K-DFS)을 출시했다.

인슈어테크 솔루션 스타트업 '카비'는 보험 가입자의 운전습관, 운행 정보 등을 토대로 보험료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위 사진은 실제 운행 중인 차량에서 카비 앱을 시행한 모습. /카비 제공

인슈어테크 솔루션 스타트업 카비는 AI를 기반으로 운전습관을 분석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BBI(Behavior-Based-Insurance) 자동차보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UBI(Usage-Based-Insurance) 보험이 운행거리만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했다면 BBI는 급가속, 급제동 등의 습관 등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해당 기술을 통해 카비는 주행 데이터, 운전자 주변 차량, 각종 지형지물 등 정보 및 운전습관을 영상으로 수집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운전자와 앞차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 되는지, 커브 길에서 과속하거나 차선 이탈 빈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 분석하는 식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통해 안전운전 점수로 산출된다. 이후 이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운전습관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고 미래 사고 위험 가능성도 예측해 준다. 안전하게 운전하는 경우 보험료가 낮아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료는 올라갈 수도 있다.

현재 카비는 영국 인슈어테크 솔루션 기업 띵코(Thingco)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국내에선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등과 제휴하고 있으나 점차 국내 주요 보험사들로 그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그래픽=손민균

습관 분석 외에도 AI를 활용해 보험금을 보다 쉽게 지급하는 서비스들도 올해 등장하고 있다. 몇몇 보험사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보험금 지급 시간을 단축하거나 방문하지 않아도 서류를 분석해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화재(000810)는 다이렉트 브랜드 '삼성화재다이렉트 착'을 통해 방문 절차를 생략한 대출 서비스와 타 보험사 보험금도 청구할 수 있는 청구 서비스를 이번 달에 출시했다. 착의 경우 AI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료에 맞춰 보장을 소개하는 보험 피팅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질병·상해·해외여행휴대품손해·반려동물보험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도 가능하다. 본인뿐 아니라 자녀 혹은 부모와 같은 가족의 보험금 대리청구도 할 수 있다.

AIA생명은 'MY AIA' 포털을 통해 소비자들이 앱 설치 없이 모바일이나 PC 환경에서 계약 내용 조회, 보험금 청구, 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포털에는 AI 기반 광학 문자 인식(OCR) 시스템이 적용됐다. 광학 문자 인식이란 스캔한 이미지를 텍스트로 추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OCR 기술에 AI가 합쳐지면서 보험금 청구 절차도 간편해졌다. 기존에는 보험금 서류 접수 시, 고객이 진단명, 병원명, 치료 내용 등을 적어냈어야 했다. 그러나 필요한 서류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송하면 AI가 자동으로 관련 내용을 분류한다.

흥국생명도 지난 1월 비슷한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AI OCR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금 접수 서류를 청구서, 진단 서류, 처방전 등으로 자동 분류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AI를 접목한 상품이나 시스템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AI 시스템 개발에는 큰 비용이 들지만, 그만큼의 효과도 있다"며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건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