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을 둘러싼 한화생명(088350)과 소비자 간의 소송 1심 선고가 법원 조정 회부에 따라 연기됐다. 소비자 단체는 소멸 시효가 다가오는 만큼 하루빨리 재판 결과가 나와 소비자들을 구제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러 보험사들이 항소를 준비하는 모습을 봤을 때, 한화생명의 경우도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예정됐던 한화생명 즉시연금 1심 선고는 연기됐다. 법원이 민사조정법 제6조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조정 주문으로 인해 약 1달 이상 선고가 연기될 전망이다. 한 법조 관계자는 "통상 조정에 회부되면 1달 이상 걸린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경우에도 그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봤다. 해당 소송은 소비자 공동소송과는 별개로, 지난 2018년 소장이 접수됐다.
즉시연금 소송은 지난 2017년부터 불거졌다. 즉시연금이란 소비자가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내면 보험사가 보험료를 운용하고 매달 이자를 연금 형식으로 제공하는 금융 상품을 뜻한다. 가입 시 목돈이 필요하지만 10년 이상 가입하면 세금이 면제되고 금리가 떨어져도 2~2.5% 수준의 최저 보증 이율을 보장한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된 상품은 '상속 만기형'이다. 상속 만기형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연금을 돌려준다. 일부 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해당 상품이 최저보증이율에 미치지 못했다며 덜 받은 연금액을 지급하라고 보험사에 요구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상품 약관에 공제 부분 설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가입 약관에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보험사들은 연금액 산출 과정에서 공제 부분 등이 약관에 명시됐다고 반박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위원회는 보험사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권고한 바 있다.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 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언급했을 뿐, 연금액 산정 방법을 택한다고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085620) 등은 지급을 거부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약 8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한다. 연관 가입자는 16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조사에 따르면 분쟁 규모는 삼성생명이 43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화생명(830억원), 교보생명(7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후 공동소송 1심에서 원고 가입자들이 한화생명을 포함한 보험사들을 상대로 승소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가입자 개인이 따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 단체는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멸시효가 다가오는 만큼 소비자 관련 피해를 더욱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권리가 소멸되는 것을 의미한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소멸시효는 소비자가 사건을 인지한 이후부터 약 3년간으로 본다"며 "보험사들은 시간 지체하지 말고 소비자들에게 미지급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즉시연금 소송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가 크고 법적 다툼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큰 금액이 달려 있어 보험사로썬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화해 여지가 없어 소송은 2심 3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