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하나금융지주(086790)를 이끌고 이달 말 회장직을 내려놓는 김정태 회장에 대해 하나금융이 '특별공로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안건을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의한다. 이를 두고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급액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김 회장에게 특별공로금 5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공로금 지급이 2013년 제정된 하나금융 내부 임원 퇴직금 규정(제5조 퇴직금 지급의 특례)에 근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 이 특별공로금은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24억원)나 기본 퇴직금과 별개다.
하나금융의 지분 67.53%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와 9.19%를 가진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가 최종 통과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주와 국민연금 등은 보통 주총을 앞두고 자문사들의 권고를 참고해 의사 결정을 한다.
◇ "특별공로금 너무 많다"… "설득력 있는 성과 기준 제시 못 해"
15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글래스루이스의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 안건 분석 보고서는 김 회장의 특별공로금 지급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래스루이스는 "임원이 회사와 이사회에서 일한 시간이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며, 이에 대한 문제는 주주들의 별다른 우려가 없는 경우 경영진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글래스루이스는 이런 특별공로금에 대해 뚜렷하게 마련돼 있는 성과 기준이 없었다며 '회의적'이라고 판단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지급액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경우 이사회가 충분히 타당한 근거를 제시했는지, 결정 과정엔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주주들이 우려해야 한다고 본다"며 "최소한 이런 안건을 제안하려면 회사가 지급에 대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국내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역시 '과도한 특별공로금 지급'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원은 "이사의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퇴직금과 특별공로금은 그 지급 기준과 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시돼야 하고 경영 성과보다 과도해선 안 된다"며 "하나금융이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기 위한 안건을 상정했음에도 이에 대한 합리적인 사유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 김 회장 퇴직금 지급률 5.6배… 상장사 임원 평균 2.7배 크게 상회
기업지배구조원 측은 김 회장의 퇴직금 지급률이 5.6배에 달한다며 일반적인 상장 회사의 임원 퇴직금 지급률 평균(2.7배)을 크게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2013년 하나금융 주총 당시 통과된 '임원퇴직금규정 제정 승인의 건'을 참고해 보면 하나금융이 특별공로금 지급 근거로 언급한 해당 규정은 제5조4 '재직 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 대해서는 제3조에 의한 지급액(퇴직금)과 별도로 가산한 금액을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퇴직금의 경우 퇴임 전 1년간 지급한 월평균 급여액(기본급)에 재임 연수를 곱한 금액을 일컫는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월 기본급은 지난해 반기 보고서에 공시된 7300만원을 기준으로 한다. 김 회장의 등기임원 임기가 시작된 2007년 3월을 기준으로 하면 재임연수가 15년이 되는데, 이를 곱하면 내규에 따라 계산된 기본 퇴직금은 10억9500만원이 산출된다. 여기에 특별공로금 50억원은 별개여서 김 회장의 퇴직 보상금으로 총 60억9500만원으로 늘어난다. 기본 퇴직금의 5.6배다.
◇ '고액 보상' 10년 전에도 논란…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무용론 나와
업계에서도 50억원이라는 액수가 주주를 비롯해 직원과 소비자들을 납득시킬 만한 정당한 규모인지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오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지난 10년 동안 회장직을 4연임 하면서 하나금융을 위해 '특별 공로'를 했다고 이야기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액수에 대해선 과도한 것이 아닌지 의견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하나금융은 특별공로금 규정이 제정되기 이전인 2012년에도 김승유 전 회장과 김종열 전 사장에게 각각 45억원과 15억원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하기로 논의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두고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퇴직 보상을 제한하는 '금융지주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 규준'에 충실하도록 특별공로금 지급 시 위원회 등에서 충분히 검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금융권 임원의 고액 보상이 논란이 되자 2010년대 초중반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등을 정비해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고액 연봉 임직원의 보수 공시와 임원 보상 계획에 대한 주주 투표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하지만 보상위원회가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지는 여전히 '깜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ISS 보고서는 "임원 퇴직금 규정 제5조4에 따른 특별포상금 산정에 따르면 가장 최근 연봉 5억원에 회장 재임 연수 10년을 곱한 금액이 5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특별포상금 지급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기에 찬성을 권고한다"고 언급했다.
ISS의 계산 방식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것과 달랐는데 '연봉 5억원'과 '재임연수 10년'을 기준으로 삼은 근거에 대해선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만큼 산정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하나금융 내부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김 회장의 경영 기여도나 성과 등을 자체 심의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