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권에서 '1억원 연봉 시대'가 열렸다. 각 금융사가 지난해 호실적을 올린 영향이다. 다만 동시에 희망퇴직 제도 확대로 인력 줄이기에 나서며 억대 연봉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550만원으로 처음으로 1억원을 넘었다. 2020년과 비교해 7.6% 올랐다.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16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덕분이다.
억대 연봉은 은행권뿐만이 아니다. 주요 보험사와 카드사도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억대 연봉을 지급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2678만원으로 전년 9893만원 대비 28% 증가했다. 현대해상의 평균 연봉도 1억800만원으로 전년 9000만원 대비 20% 올랐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생명이 9900만원, 한화생명 9100만원으로 올해 억대 연봉 진입이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7개 카드사도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357만원으로 전년(9571만원)보다 786만원 올랐다.
하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잔칫집 분위기를 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계로 봤을 때 평균 연봉은 올랐지만 직원마다 성과급 차이가 크고, 지난해 희망퇴직 확대로 인한 퇴직금 지급분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은행권 중심으로 진행되던 희망퇴직이 최근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은행, 보험, 카드 등 업종을 불문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대면 중심 영업이 자리 잡으면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 확대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월에만 희망퇴직 신청자가 약 1800명이다. 벌써 지난해 전체 희망퇴직 신청자 규모(2100명)와 비슷한 수치다.
보험업계는 KB손해보험, 신한라이프에 이어 한화생명이 올해 상시 전직제도 보상을 확대해 희망퇴직자를 받는다. 앞서 교보생명도 올해 초 기존 상시 특별퇴직 조건을 확대해 퇴직자를 받았다. 총 319명이 신청했으며, 이 중 286명의 퇴직이 확정돼 회사를 떠났다.
KB국민·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한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신한·우리·하나카드도 올해 초 잇달아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2년 만에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업계 실적이 다시 악화하면서 현재 항아리형 인력조정 가능성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산업·수출입은행도 최근 임금피크 대상자가 증가하며 희망퇴직 재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본사 부산 이전과 맞물려 희망퇴직이 시행되면 예상보다 많은 인력이 퇴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