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의료법 위반이 의심되는 병원을 고소하는 등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과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등 전망도 불투명하다.

일러스트=이은현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개최한 공개변론에서는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실손보험금 반환 청구 건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주요 쟁점은 ‘임의 비급여’ 문제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를 대신해 병원에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을 걸 수 있는지(채권자대위권) 여부였다.

임의 비급여는 안전성과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비승인 진료행위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법제화가 되지 않은 진료로써, 실손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다.

보험업계는 임의 비급여의 경우 실손보험 등으로 보상될 수 없으므로 보험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7일 공개변론에서 다뤄진 ‘맘모톰(흡입 기구를 통해 유방 일부 조직을 적출하는 기구)’의 경우 지난 2019년 비급여 진료로 포함됐으나, 이전에 이뤄진 시술에 대한 보험금을 환급해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나중에 비급여로 포함된 만큼, 진료비 청구는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채권자대위권 관련해서도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채권자대위권이란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속하는 권리를 대신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할 경우 채무자가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무자력’ 상태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무자력 요건을 갖추지 않고도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가 직접 병원에 반환 청구를 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반면 의료계는 보험금을 지급한 대상이 실손보험 가입자인 만큼 이들에게 반환 청구를 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안과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조선DB

서로 간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양쪽 모두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대법원이 의료계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동안 공세적으로 나온 보험사 또한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보험사는 임의 비급여 반환 관련해 의료기관을 소송해왔지만, 이후엔 소비자를 상대로 환급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로 대상이 바뀌게 되면 보험사들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분쟁 당사자는 보험금을 지출한 보험회사와 진료비를 수취한 의료기관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임의 비급여에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외에 금융당국과 함께 설립한 협의체들 또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도 문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와 함께 실손 누수 방지를 위해 ‘비급여 보험금 누수 방지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TF를 통해 금감원은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 9개 등에 관해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방침을 논의한 바 있으나 아직 최종 결론에 이르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예방이 아닌 사후 관리에 초점을 둔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사전적 예방 없이는 손해율 근본 해결이 어렵다”며 “비급여 관리가 돼야 손해율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 등과 올해 1월 발족한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에 대해서도 한계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 누수 방지를 위해선 비급여 의료의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참여해야 하지만 복지부가 여전히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