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연봉 1억원 시대가 열렸다. 시중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 페달을 밟고 있는 가운데, 직원 수는 감소하는 반면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와 급여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시중은행이 전날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전년보다 750만원(7.65%) 늘어난 1억55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재직 중인 직원의 월별 평균 급여액을 합산해 계산한 값으로, 퇴직 및 해고 급여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은행 4곳의 직원 평균 급여액이 1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말 4대 은행의 직원 평균 급여액의 평균값은 9550만원이었고, 2020년 말에는 9800만원으로 증가세를 그려왔다.

그래픽=손민균

◇ 국민 이어 신한·하나도 1억원 넘겨

2020년 말 4대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유일하게 직원 평균 급여액 1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작년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도 1억원을 넘겼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1억1200만원), 신한(1억700만원), 하나(1억600만원), 우리(9700만원) 순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 순위와 비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 전반이 대출 증가와 금리 인상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전년 직원 평균 급여액과 비교하면 신한은행이 1년 전보다 1100만원 늘어 가장 증가 폭이 컸다. 하나은행은 1년 전보다 900만원 증가했는데, 2019년 말 당시 전년보다 400만원 줄어 4곳 중 유일하게 급여액이 감소한 바 있다. KB국민과 우리는 1년 전보다 200만원씩 늘었다.

4곳 중 지난해 가장 연봉 높은 은행장은 현 KB금융그룹 부회장인 허인 전 행장이다. 허 전 행장은 지난해 급여와 상여금, 퇴직소득을 합해 총 15억6400만원을 받았다. 그다음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급여 6억4900만원과 2억8900만원을 합쳐 9억4000만원,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8억2500만원, 지난해 3월부터 임기 시작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5억34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 감소하는 인력과 늘어나는 비용

온라인·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금융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은행들은 영업점 통·폐합과 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원 수는 줄고 급여 및 퇴직금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만 해도 6만명대를 유지했던 은행 4곳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만3006명으로 줄었다. 이는 1년 전(5만8742명)보다 26.8% 감소한 것이다. 은행 4곳 중 1년 전보다 직원 수가 늘어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는데, 전년 말보다 35명 늘어난 데 그쳤다.

전체 직원 수는 줄어든 반면 근속 연수는 소폭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4곳의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6년으로, 전년보다 3개월가량 늘었다. 우리은행이 16년6개월로 가장 길고, 그다음 국민 16년4개월, 신한 16년, 하나 15년8개월 순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직원 평균 근속 연수와 비교하면 국민은행은 4개월, 우리은행 5개월, 신한은행 6개월, 하나은행은 8개월씩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의 신입 직원 채용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반면 재직 직원의 근속 연수와 급여·퇴직금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이는 은행으로선 직원 1명에 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퇴직급여액 규모가 2019년 1651억6500만원, 2020년 1692억원, 지난해 1706억2300만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매년 1월 떠난 희망퇴직자 수는 2018년 407명, 2019년 615명, 2020년 462명, 2021년 800명으로 지난해 가장 많았다.

지난 2020년 말 퇴직급여 규모가 크게 늘었던 신한, 하나, 우리 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는 1년 전보다 줄었다. 작년 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급여액은 1273억3000만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8.7% 줄었다. 하나은행은 1579억원2600만원으로 전년보다는 약 5.5% 줄었다. 우리은행은 1486억5300만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1.7% 감소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은행 3곳은 연간 희망퇴직 규모를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되면서 판매비·관리비(판관비)가 늘어났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판관비가 전년보다 4.9%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전년보다 1.68% 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추진과 직원 감축 및 영업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라며 "'디지털·비대면 금융'이 견고해지는 시점에는 지금보다 인건비와 판관비 등 비용 관리를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