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장기인보험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IFRS17이 도입될 경우 저축성보다 장기인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을 파는 것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장기인보험이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인 상해·질병 보장 보험 등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장기인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은 수익성이 다른 상품보다 높은 편으로 인식하고 있다. IFRS17 도입이 10개월 채 안 남은 만큼, 장기 보장성 판매를 확대하는 보험사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러스트=이은현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건강보험, 운전자 보험, 어린이보험 등 장기인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내년 IFRS17이 시행됨에 따라 관련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진 분위기다.

현재 보험사들은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보험부채)을 가입 시점 기준으로 원가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 고정된 금액이 아닌 시세 변동에 따라 부채가 달라지는 만큼, 자본변동성 또한 커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과거 고금리 시절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 보험사는 가입 당시와 보험금 지급 시점의 금리 차이로 인해 부채가 이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는 회계처리 시 고객이 낸 보험료 중 위험 보장을 위해 사용되는 금액만 수익으로 인식하고,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은 수익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 상품보다 보장성 상품을 선호한다.

그래픽=이은현

올해 역시 보험사들은 보장성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각 보험사는 보장 기간을 늘리거나, 가격 할인, 100% 환급 제도를 내거는 방법으로 고객들을 유치하는 중이다.

삼성화재(000810)는 통원 치료나 투약만으로 건강관리가 가능한 환자를 겨냥한 유병자 보험(335-1 보험)을 올해 1월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암, 뇌혈관, 허혈성 질환 진단비 보장과, 특약을 통해 암 수술비 등도 보장하고 있다. 기존 상품과 비교했을 때, 입원, 수술에 대한 적용 기간을 5년으로 이전보다 2~3년 늘렸다.

DB손해보험(005830)은 지난 2월 DB플러스보장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생애 주기별로 보장 범위가 다른 점이 특징이다. 20~30대의 경우 진단비 담보를 제공하고 40~50대의 경우 치료 보장을 확대하는 식이다. 고객 유치를 위해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합계 보험료 5만원 이상의 장기보험을 10년 이상 유지 중인 고객은 초년도 영업보험료의 15%를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000370)의 경우 무사고 시 기존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만기환급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을 지난 2월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장성 상품을 확대하는 보험사들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성 보험보다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은 팔아도 부채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도 장기인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에 대한 선호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보험'에 집중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과 같은 보험사들은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거나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등 어린이보험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일정 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권한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월 어린이보험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KB손해보험은 해당 상품에 탑재된 '정신질환치료비Ⅲ(90일이상약물처방)'를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3개월간 획득하는 등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손보 외에도 메리츠화재, 하나손해보험, 흥국화재 등도 어린이보험 관련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롯데손해보험은 다이렉트 채널(let:click)을 통해 판매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다이렉트 채널 외에도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이용해 제공하는 등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어린이보험에 힘을 주는 이유로는 미래 고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의 경우 처음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다른 상품에도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이보험을 통해 먼저 고객을 선점한다면 이후에 다른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년 시행되는 회계제도에 대비해 보험사들은 여러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어린이보험, 장기인보험 등 보장성 상품을 강화하는 것도 그 중 일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