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를 맞아 신용대출의 원가 금리가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의 대출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저신용 계층의 민간 금융 배제 현상이 심화할 수 있어, 법정 최고금리 적정 수준을 유연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오태록 연구위원은 13일 보고서 ‘금리 환경과 가계대출 금리 상한의 적정 수준에 대한 고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신용 대출의 원가 비용이 불가피하게 증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저축은행 입구.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저축은행·카드·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평균 신용대출 원가 금리를 추산한 결과, 시중금리가 연 1.5% 수준인 현재 연 21.6∼24.1%로 나타났다. 업권별로 보면, 저축은행의 경우 저신용자에 대한 원가 금리가 최저 연 17.5%로 나타나 현 법정 최고금리를 밑돌기도 했지만, 카드업의 경우 최저가 연 32.2% 수준에 달했다.

만약 시중금리가 연 2.0%로 오르면, 저신용자에 대한 제2금융권의 평균 신용대출 원가 금리는 연 23.1∼26.9%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 법정 최고금리보다 최대 6.9%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오 연구위원은 “대출 영업의 평균 원가 금리가 연 19%라면 공급을 지속하겠지만, 최고금리를 넘어서게 되면 더는 이익을 남길 수 없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중단하게 된다”라며 “대출을 중단하는 업체가 많아지면 저신용 계층의 민간금융 배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4%p 인하됐던 지난해의 경우 저금리 환경 속 은행의 조달 비용과 대손 비용도 감소한 덕에 원가 금리도 하락하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민간 금융 대출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위원은 “향후 금리 상승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최고금리가 취약 차주의 민간금융 배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10여년간의 금리 하락기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과 같이 대출 상품 평균 금리를 분기마다 재산정해 시장 상황을 최고금리에 신속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단일 숫자로 표시되는 법정 최고금리 체계에서는 유연한 대처가 다소 어렵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취약차주의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소외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고금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