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의 점포 폐쇄 대책으로 우체국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닥을 잡고 있다. 우체국 지점이 입출금이나 송금 등 단순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1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 금융위원회는 전국 우체국 지점이 은행 단순업무를 대행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입출금, 송금 등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전산망을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과 우정사업본부가 위탁 업무 범위와 일정 등을 최종 합의하면 올해 안에 우체국에서 은행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계 등 작업에 나서게 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몇 개 우체국이 시스템적으로 입출금과 같은 간단한 업무를 대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아직 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세부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시행 일정 등에 대한 논의는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행 점포의 줄폐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금융당국은 우체국 활용을 대책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우체국에 은행 창구 업무 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고, 올해 1월에는 우정사업본부, 은행연합회, 4대 은행 담당자가 참여하는 '시중은행-우체국 업무제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중은행과 우정사업본부, 금융위는 우체국과 은행이 공동 점포를 운영하는 방안과 업무 제휴를 맺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했다. 업무 제휴가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 실행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체국은 전국 단위에서 시범 운영하길 원하는데, 시중은행은 점포가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주장했다"며 "게다가 업무제휴에 따른 수수료 산정 방식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등에 있어서도 서로 입장이 달랐다"고 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지금도 업무 위탁을 할 우체국 지점 범위를 정하는 데 은행별로도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은행이 이번 업무협약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국내 은행 점포 총 1507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 점포는 ▲2016년 273곳 ▲2017년 420곳 ▲2018년 115곳 ▲2019년 135곳 ▲2020년 332곳 ▲2021년 1~10월 238곳이 폐쇄됐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직원 2명이 상주하는 출장소를 두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도 올해 초 전남 목포 지점을 폐쇄하고 인근에 통폐합할 계획이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출장소 전환으로 방향을 틀었다.
은행들의 점포 폐쇄에 대한 대안 마련 필요성은 몇 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좀처럼 대안을 찾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경쟁사인 타행과 창구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이유로 공동 점포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공동 자동화기기(ATM)도 2020년 8월 경기 일부 지역에 시범으로 설치된 이후 더는 확대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편 우체국은 현재 한국씨티·IBK기업·KDB산업·전북은행 등과 제휴를 맺어, 우체국 창구를 통한 입출금과 잔액조회 서비스 등 기본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은 우체국 ATM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업무 제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