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보험업계는 전기차 관련 보험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앞서 공약으로 전기차 규제 완화를 내걸면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보험사들은 전기차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하거나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다.

/뉴스1

10일 윤 당선자의 공약집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전기차 충전요금을 동결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오는 7월 폐지를 앞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 할인율을 각각 25%, 10%로 적용한 특례도 유지할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0년 기준 급속충전기(50㎾급) 사용 요금은 기존 1㎾h 당 255.7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7월에는 292.9원으로 올랐다.

이어 윤 당선자은 일반 주유소와 LPG 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늘려 보급에 힘을 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보험업계가 관련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누적 전기차 수는 23만1443대를 기록했다. 전년(13만4962대) 대비, 71.5% 증가한 수치다. 4년 전에 비해 4.2배 오른 셈이다. 또한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를 공급하기로 결정한 점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요인이다.

전기차 공급 확대가 예상되자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삼성화재(000810) 등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해 이미 전기차 상품 및 특약 등을 선보이며 고객 모집에 나선 바 있다.

그래픽=손민균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9월 개인용 전기차 전용보험을 출시했다. 별도 특약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배터리 충전 사고로 인한 상해와 차량 손해 모두 보장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배터리 충전 중 화재·폭발 감전 사고 시 자기신체사고나 자동차 상해 담보로 보상받을 수 있다.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도 역시 전기차 전용 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사고로 배터리가 파손된 경우 차량 연식과 관계없이 새 부품으로 교환해 주는 특약을 출시했다. 차량 수리비가 차량가액을 초과하더라도 수리 후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차량가액의 130%까지 보상해 주는 특약도 운영 중이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전기차 관련 특약을 포함한 자동차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특약을 통해 KB손보는 소비자 부담 없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손보사 역시 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AXA손해보험은 이번달 전기차 전용 특약 3종을 출시했다. AXA손보도 현대해상과 마찬가지로 차량 수리비가 차량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가액의 130%까지 보상한다. 긴급출동 서비스 견인 거리 특약은 150km까지 보장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새 부품으로 교체할 경우 감가상각으로 발생한 차액에 대해 보상하는 특약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전기차 관련 상품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자동차보험의 경우 진출한 보험사가 이미 포화상태라 경쟁이 치열한 반면, 전기차 시장은 아직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전기차 부품이 다른 만큼 관련 보장 상품이 새로 나올 수 있다"며 "또 전기차 완전 주행 개발 상황에 따라 보험사의 상품 구성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의 톤(t)당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4만2995달러(5312만원)으로 전년 대비 132.5% 올랐다. 지난달 평균 가격과 비교했을 때는 77.8%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 핵심 원료 가격이 오르며 전기차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그와 반대로 수요는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터리 원료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전기차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보험사들이 상품 출시를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배터리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