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금융계 안팎에서는 관료나 관료 출신들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해체와 기본금융 등의 급진적인 정책을 내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달리 가상자산 과세 완화, 개인 주식 투자자 보호, 금융 소비자 보호 등을 소비자·투자자 보호 위주의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것도 윤 당선자의 기조다. 지난해 4분기 청와대가 직접 가계부채 억제 상황을 관리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중앙공약집은 '금융 선진화' 항목에 ▲'코인' 개미투자자의 디지털 자산 안심투자환경 마련 ▲1000만 투자자 살리는 자본시장 선진화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향상의 세 가지 공약이 있다. 또 '부동산 정상화' 항목에 ▲주택대출 규제 완화와 다양한 주택금융제도로 주거사다리 복원이 관련 금융 공약이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투자 수익에 대해 5000만원까지 비과세를 골자로 가상자산 관련 입법, 국내에서 가상자산 발행(ICO) 허용, 대체불가토큰(NFT) 활성화 등을 담았다. 이 가운데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현재 국회에서 초기 논의 단계인 가상자산 업권법에 담길 내용들이다. 현재 가상자산을 통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2023년부터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20%의 세율이 부과된다.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주식 양도 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적정 수준 유지가 핵심이다. 또 주식 물적 분할 요건 강화 및 주주 보호 대책 강화, 상장폐지 과정 정비, 자본시장 투명성 상과 등이 있다. 윤 당선자가 양도소득세 폐지 등을 전면에 내세워 발표한 공약 거의 그대로다.
자본시장 이외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있을 뿐이다.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고 관련 관리감독을 강화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를 해소하고,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정도다.
주택대출 규제와 관련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80%로 끌어올리고,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구 등을 지정해 LTV 비율을 규제하는 현 제도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소득 기준 대출 기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개편은 대선 캠프가 미리 관련 입장을 정해 놓아야 초기에 손댈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도 그대로 존치하는 상황이라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큰 변화 없이 관료들이 주도권을 쥘 '관리형' 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그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권한과 역할을 줄이겠다고 밝힌 이상 각 부처 장관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가계대출 상황을 일일이 감독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금융위원장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또 다른 관계자는 내다봤다.
대선 캠프 내에서 활발히 활동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을 주장해왔지만, 개편의 방점은 금감원의 힘을 빼고 금융위에 규제 권한을 주는 데 맞춰져 있었다. 윤 의원은 지난해 7월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 이상 징계권을 모두 금융위로 환원하고 금감원이 '갑'으로 군림하지 않도록 국회의 포괄적 감독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금감원 개혁 과제로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세종행(行)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윤 당선자가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내 대통령실 설치를 공언했다. 결국 금융위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다. 이 경우 이전에 금융위가 자리했던 프레스센터 등 서울 광화문 일대보다 세종시 이전안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