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의 자회사 소유 구조 규제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비(非)금융 시장으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부터 금융업법 개정 TF를 가동했다. 금융당국은 법률전문가, 업계와 함께 디지털 시대에 맞춰 은행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 “다양한 사업모델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은행의 겸영 부수업무와 자회사 소유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금융업법 규제 개선 추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4대 주요 시중 은행.

이에 시장에서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업계는 금융· 비금융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현행법상 은행과 보험회사는 금융 관련 업종이 아닌 스타트업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 이는 금융업계의 타 업종 및 기술 분야에 대한 직접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 국민에게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금융계열사 간 정보 공유 완화와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범위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과 산업의 분리에 있어서 보수적인 일본도 2016년 이후 은행법을 지속해서 개정해 은행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은행법을 개정해 비금융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 이용자를 대거 확보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 네이버, 토스의 급성장은 기존 금융사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이미 결제시장 패권을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에 빼앗겼다는 게 기존 금융사들의 진단이다.

최근 주요 금융그룹들은 초기 핀테크 업종에서 투자 영역을 확대해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헬스케어, ESG 시장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혁신 스타트업을 선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작년 말까지 282개사의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했으며, 현재까지 국내·외 육성기업에 595억원을 직·간접 투자했다. 올해도 핀테크, 빅데이터, 블록체인, AI, ESG, 프롭테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17개사를 선발했다.

KB금융은 ‘KB이노베이션허브’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KB스타터스에 선발된 스타트업은 총 156개로, 투자금액은 1062억원 규모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애자일랩’은 2015년 6월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134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디노랩’은 현재까지 스타트업에 619억원을 투자했다. 4대 금융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조직 및 프로그램을 출범해 운영 중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은행앱을 발전시키는 게 디지털 전략의 주요 과제”라면서 “규제 완화를 계기로 다양한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투자와 인수합병 등이 활발해지면 디지털 금융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