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를 통해 생명보험사에 보험료를 지불하는 건수는 4년 가까이 약 10%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카드 결제 독려를 위해 지난 2018년 카드 결제 공시 의무화를 시행했지만, 별 효력이 없었던 셈이다.

특히 변액형, 저축형 상품을 모두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은 전체 25곳 중 1곳뿐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몇 년간 보험료 납부를 해왔지만 카드 결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카드 결제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생보사 신용카드 납부 건수 비중은 11.6%를 기록했다.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18년 2분기까지 범위를 넓히면 카드로 보험료를 결제한 비율은 7.9~11.6% 정도다.

같은 기간 이를 금액으로 치환할 시, 생보사에 납입된 보험료 중 카드 결제액은 전체 보험료 중 4.0~5.0%로 떨어진다. 카드 납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생보사들이 출시한 상품 중 일부만 카드 결제를 허용하거나, 몇몇 종류의 상품은 카드 결제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생명보험협회 '카드 결제 가능 상품지수'를 보면 현재 변액형, 저축형 보험료를 모두 카드로 지불할 수 있는 보험사는 KB생명 뿐이다. 나머지 생보사는 일부 보장성 상품에만 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과거 상품까지 범위를 확대한 실제 납입 건수로 따져보면 보장성보험의 경우 전체 8640만건 중 1237만건으로 14.3%,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은 각각 1.1%, 0.8%를 기록했다.

삼성생명(032830), 교보생명, 한화생명(088350) 같은 주요 생보사 중에서 카드 납부를 받고 있는 경우는 삼성생명이 유일했다. 그마저도 전체 0.6% 정도다. 생보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한 건 AIA생명으로, 납입 건수의 약 40.7%가 카드로 결제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게 카드 결제를 독려해왔다. 카드 결제율이 한 자리 수에 머물자,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2분기부터 보험사들은 카드 결제 납입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기로 했다. 국회 역시 카드 결제 확대를 위해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2020년 발의한 바 있다. 고객이 원하면 보험료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카드 결제율은 4년 연속 10%대 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카드 결제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업계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카드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로 그동안 카드 결제에 난색을 보여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전체로 바라봤을 때 카드 수수료가 평균 2% 정도"라며 "얼마 안 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쌓일수록 보험사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업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카드 결제를 확대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카드 결제가 몇몇 상품에 한정돼 있어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카드 결제를 통해 포인트 등 혜택을 얻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카드 결제로 바꾸려 해도 보험사마다 절차가 다르고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의 이모(28)씨는 "지난 5년간 보험료를 납부해왔지만 최근까지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바꾸려 해도 콜센터 직원과 대화하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복잡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일부 상품에 한해서만 카드 결제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기본적으로 보험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기본적으로 보험 산업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최우선"이라며 "선택권 뿐만 아니라 접근성, 편리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역시 보험사가 카드 결제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제 수단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불 수단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소비자가 자유롭게 지불 수단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