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특례제한법상 실명 확인이 되는, 소득 증빙이 되는 거주자."
청년희망적금 상품 설명서에 적힌 가입 자격자 문구
"내국인이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돼 있고, 국민과 동일한 건강보험 자격을 보유한 경우."
국민 재난지원금 수혜 외국인 자격

청년희망적금의 가입 자격에 '외국인'이 포함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장 우리 정부 예산으로 외국인 청년의 자산 형성 기반까지 만들어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나 국내 청년이라도 일정 자격을 충족하지 못해 적금에 들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외국인 가입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의 가입 자격에 외국인을 따로 제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설명서 등을 참고해 보면 '조세특례제한법상 실명 확인이 되는, 소득 증빙이 되는 거주자'로 가입 자격이 명시돼 있다. 관련 법령이 정의하는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居所)를 둔 개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도 '만 19~34세'를 충족하고, 국세청을 통한 2020년 기준 연소득 3600만원 이하 증명이 이뤄지기만 하면 자격에 포함되는 것이다. 물론 국세청을 통한 소득 증명이 가능해야 하므로, 세금을 낸 외국인이 대상이다.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에 '청년희망적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자국민을 역차별하는 것이란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지난 24일 올라온 '외국인한테 돈 다 퍼주는 대한민국 외국인 청년희망적금'이란 제목의 글에는 '내가 낸 세금으로 외국인 청년한테까지 돈을 퍼줘야 하나', '정작 세금을 낸 청년들은 지원을 받지도 못한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외국인 청년까지 돌봤나', '소상공인들, 30·40대들 죽어나게 일하는 동안 그 돈으로 외국 청년한테 돈도 준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 재난지원금은 '건강보험' 기준… 정책마다 일관된 원칙 미비

일부 복지 정책 전문가들은 당초 '자격'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고민 작업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복지 정책 분야에서 볼 때 청년희망적금 같은 '자산 형성 지원' 모델의 형태는 통상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① 저소득층 저축을 위한 정부 1대1 지원금 매칭 방식 ② 일반 금융기관이 이자를 얹어주는 방식 ③ 단순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이다.

저소득층 지원 방식의 경우 기초생활보장법 등에 기초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외국인 혜택 등 자격 논란이 거의 없는 편이다. 희망키움통장·내일키움통장 같은 보건복지부 사업이 그 예다. 그런데 금융기관 이자 지원, 비과세 혜택 방식 등은 외국인에 대한 제한이 따로 없다.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외국인이 국내 은행에서 일반 저축 상품에 들려고 하는데 막을 수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이 일거리를 찾는 조선족 근로자로 붐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조선DB

문제는 청년희망적금이 단순 저축 상품을 넘어서서, 정부 예산을 활용하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 형태라는 점이다. 한 복지 전문가는 "청년희망적금은 정부 예산이 들어가다 보니 어떻게 보면 ①~③의 성격이 모두 혼재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새로운 유형인 만큼 자격에 대한 고민이 선행됐어야 했는데, 복지 정책 차원에서 불평등 등을 고려해 논의하는 작업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청년희망적금과 유사한 정책을 설계할 때마다, 수혜 대상에 대한 원칙이 일관성 있게 정립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은 '내국인이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돼 있고, 국민과 동일한 건강보험 자격을 보유한 경우'였다.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외국인의 수급 자격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당시에는 청년희망적금과 반대로 오히려 외국인은 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청년희망적금이든, 코로나 지원금이든, 기존 우리 사회보장 제도들이든 외국인의 자격이 제각각"이라며 "제도와 법마다 성격이 다르다 보니 각기 다른 자격을 정의하고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룰이나 기본적인 원칙이 최소한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이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래픽=이은현

◇ 수요 예측 실패선착순 우려'외국인 혐오'로 변질

금융위의 수요 예측 실패로 '조기 마감', '선착순 가입' 우려를 낳은 것이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에 들기가 생각보다 까다롭고, 가입 자격으로 설정한 나이와 연소득 기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서, 외국인 혐오 논란으로 번진 것이란 시각이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을 설계하면서 수요를 38만명으로 예측해 예산을 설정했는데, 예상이 크게 빗나가면서 상품 개시 첫 주부터 신청자가 몰려 곤욕을 치렀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한꺼번에 몰리는 접속량을 감당하지 못해, 지금도 '가입이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 실장은 "선착순처럼 변질하면서 박탈감이나 형평성 문제 제기가 생겨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라며 "누구나 들 수 있도록 했다면 애초에 외국인 논란은 불거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