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리 그룹에게 전략적 시장이다. 우리의 핵심 시장이고, 무역 흐름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회장(CEO)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한국'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 주 열린 SC그룹의 2021년 결산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국 시장에서 목표는 무엇이며, 경쟁 은행들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향후 기회가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청산을 선언하면서 외국계 은행들의 잇따른 국내 철수가 조명됐는데, SC제일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과 시각은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세계 59개국에 진출해있는 글로벌 금융 조직으로, 지난 2015년 제일은행을 인수했다.
이날 벤 헝 SC그룹 아시아 총괄 대표(CEO)는 "전략적으로 한국은 한국 외의 시장과 연관성이 많이 구축돼 있다"면서 "특히 최대 무역 통로인 한·중, 한·아세안 무역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이 약 10%의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E)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C그룹은 현재 한국을 전략에 따라 성과가 나오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빌 윈터스 회장은 "한국에서 진행 사항들을 매우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한국 시장에서 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한국은 좋은 사례연구(case study) 대상"이라면서 "한국은 분명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SC그룹은 실적 발표를 하면서 조직 차원에서 대한민국, 인도, 인도네시아, UAE 등 4개국을 '최적화 시장'으로 꼽았다. 이는 4개국에서의 경영 성과가 기대치보다 저조해,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후 2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긍정적 진단이 나온 셈이다.
실제 SC그룹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 SC은행의 지난해 성장률은 각각 12%, 53%를 기록했다. 소매금융(CPBB)의 발전과 지점 최적화, 생산성에 대한 지속적인 집중의 결과라는 게 그룹 측 얘기다. 그룹과 별도로 SC제일은행이 전년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나, SC그룹이 밝힌 지난해 한국 시장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 늘어난 11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1조324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SC그룹 회장의 이번 언급이 SC제일은행 매각 및 국내 철수 등 시장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을 비롯해 외국 은행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SC그룹도 SC제일은행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할 것'이라는 등의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한국에 대한 언급을 보면 SC그룹이 SC제일은행 매각 및 국내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SC그룹은 한국 시장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경쟁력 강화에 보다 열을 올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사업을 폐지하면서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영위하는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이 유일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 속 SC제일은행은 특화점포를 개설하고, 자산관리(WM)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7월 안양지점과 세종지점을 개소한 데 이어 그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랜드마크인 주상복합단지 엘시티에 자산관리(WM) 특화점포인 영업점과 PB센터를 열었다. SC제일은행은 지속적으로 특화점포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은행 자회사인 SC증권을 결합한 복합점포를 개소해, 은행과 증권 상품을 함께 판매하며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국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 투자하기도 했다. 25일 기준 현재 SC제일은행의 토스뱅크에 대한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8.32%로, 2020년(6.67%)보다 지분율이 확대됐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에 대한 지분 투자는 디지털 금융 등 채널 다변화를 위한 취지"라면서 "토스뱅크와 전략적 파트너로서 다양한 협업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SC그룹은 올해 중국 개방의 기회를 노리는 한편,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프랜차이즈를 재편해 수익률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올해 디지털 뱅킹과 중산층까지 확대한 자산관리 서비스, 기업 금융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금융을 더 공고히 발전시키고, 소매금융 자산관리 부문의 차별성과 강점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