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정부 주도 협의체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 해결은 안 되는 모습이다. 조직마다 참여 주체가 달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미 마련된 협의체를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분산된 조직들을 하나로 통일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DB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 관련 협의체는 3곳이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만든 '공사보험정책협의체', 금융감독원의 '비급여 보험금누수방지 태스크포스(TF)',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등이 함께 설립한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등이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협의체는 지난 2017년 설립된 '공사보험정책협의체'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주도해 만든 민관 합동 기구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 케어)이 시행된 직후 설립됐다.

문제는 공사협의체가 설립된 이후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7년 공사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실손보험 손해율은 오히려 악화했다. 2018년 122.4%를 기록한 손해율은 지난해 130% 정도로 올랐다. 보험사가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0원을 지불했다는 의미다. 지난 5년간 실손보험 누적 적자액은 10조원에 이른다.

늘어나는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금감원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보험사 등과 함께 '비급여 보험금누수방지 TF'를 지난해 6월 설립했다. 이를 통해 보험금 누수로 지목된 도수치료·백내장 등 9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급 심사 강화 등을 논의 중이다. 보험사 또한 과잉 진료 사례나 방법 등을 파악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손해율 개선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해도 비급여 항목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위 역시 올해 1월 기재부, 금감원, 보험연구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발족했다. 금융위는 이 협의체를 통해 비급여 관리 강화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한계점이 있다고 봤다. 실손보험 누수를 방지하려면 비급여 의료 관리의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참여해야 하는데, 복지부가 불참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누수를 방지하려면 비급여 항목 통제가 필수"라며 "금융위나 금감원 같은 경우 이 부분을 관리하기엔 실질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복지부 참여가 있어야 해당 분야 관리가 가능하다"며 "협의체에 복지부가 빠졌다는 소식에 업계 실무자들은 김이 빠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앞서 설립된 공사협의체를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협의체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또 실무 TF도 존재해 비급여 관리를 위한 방침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융위가 설립한 정책협의체에서 나온 논의가 공사협의체 안건으로 상정될 수도 있다"며 "정책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명에 보험업계는 비효율 문제를 지적했다. 정책협의체를 통해 논의된 사안을 다시 공사협의체에 올리면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협의체에서 비급여 관리에 대한 대책이 미미했던 만큼, 재차 올라간다 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업계에서는 차라리 정책협의체와 공사협의체를 일원화해 절차를 간편하게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협의체들을 통일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실효성과 추진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부처 간의 논의 등이 필요한 만큼, 우선 마련된 협의체들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실장은 "협의체가 일원화된다면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장 합치기엔 어렵다면 일단 마련된 협의체를 통해 보험금 누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협의체 간 소통을 활발히 해 이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업계 우려를 해소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복지부와 소통을 확대해 업계 우려에 대해 불식하겠다"며 "손해율 문제 또한 마련된 협의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