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쥐꼬리 금리'라며 금융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던 상호금융권 예·적금 상품 인기가 재테크 빙하기를 맞아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을 포함해 지난해 내내 강세였던 자산들이 올해 너나 할 것 없이 출렁이면서 최대 연 6% 금리를 보장해주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특판 상품을 찾는 수요가 치솟는 추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새마을금고는 지난 7~11일 닷새간 매일 선착순 120명을 대상으로 최고 연 5%대 정기적금 특판을 진행했다. 이 상품은 월 불입 한도가 최대 50만원인 1년 만기 상품이다. 50만원씩 1년 동안 총 600만원을 넣으면 이자가 13만7500원(세후) 정도 붙는다.

신촌 새마을금고는 이 상품을 직장인에 한해 120 구좌만 신청을 받았다. 가입하려면 한 달 내 발급한 재직 증명서가 필요했다. 이런 번거로움에도 이 상품은 상품 발매 당일 금고 문을 연 지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완판(매진) 됐다.

새마을금고 신촌 지점은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10명이 넘는 가입 희망자들이 이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6시 반부터 금고 앞에 줄을 섰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오전 8시 반도 되기 전에 대기자가 120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예·적금 상품을 취급하는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연합뉴스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방 상호금융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상남도 마산 무학신협이 지난 14일 판매한 최고 연 5.7% 적금(월 납입액 최대 500만원)은 한도 40억원이 7시간 만에 소진됐다. 이달 초 서원주 신협이 특판으로 내놓은 '무조건 연 5% 적금' 역시 5시간 만에 한도 100억원이 소진됐다.

새마을금고나 신협 같은 상호금융은 지점별로 시스템이 통합돼 있지 않다. 지점별로 불시에 특판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처럼 예·적금 금리를 한꺼번에 비교해 볼 수도 없다. 특판을 진행하는 지점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발품을 팔아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찾아 상호금융에 돈을 맡기는 금리 노마드(nomad)족들은 이런 번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커뮤니티에서 서로 지점별 금리를 따로 공유하면서 가입을 독려한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단위 농협, 수협 같은 상호금융은 해당 지역에 거주 또는 직장이 있다면 1만~5만원 정도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1인당 3000만원까지는 예탁금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세금은 농어촌특별세(농특세) 1.4%만 붙는다. 이자소득세(14%)를 면세 혜택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같은 금리 상품에 가입해도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이 훨씬 커지는 구조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와중에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자 예·적금을 통해 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특히 시중은행보다 상호금융 영향력이 센 지방에서는 같은 지역 상호금융과 금리 경쟁까지 하면서 조합원을 상대로 수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