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대출을 불문하고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려준다'는 대출 관행 정착을 위해 금융권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에도 소득이라는 가늠자를 두고 평가·관리하는 방안을 올해 주요 업무 계획으로 내놓았고,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신용·전세대출 분할상환 활성화를 위한 합동 TF(태스크포스)팀 출범을 앞두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가계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통합 심사 방안 마련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밝혔다. 개인사업자 대출에도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Loan to Income)을 따져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여신 관리 방안은 2017~2018년 모범 규준 형태로 마련된 바 있다. 1억원 초과 개인사업자 대출 신규 취급 시 여신 심사에서 '전 금융권 대출 총액(개인사업자 대출+가계대출)÷소득'을 산출한 지표인 LTI 등을 계산해, 참고 지표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LTI의 경우 심사 과정에선 거의 '유명무실' 된 지표라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LTI 산출 수치를 활용하는 방안은 은행 등 각 금융사의 자율사항에 맡겨져 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10억원 이상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할 때 LTI 적정성에 대한 심사 의견을 기재해야 하는 것이 사실상 의무 사항의 전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LTI는 상환 능력 점검 시 참고 지표로 활용되는 정도라, 대출의 가부(可否)나 대출 한도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사실상 사업자는 사업자 용도대로, 개인은 개인 용도대로 대출을 취급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별다른 제약이나 원칙이 없다 보니 개인사업자 대출에 자영업자들이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사업체 운영 등 용도가 아닌 자산 투자 등 목적으로 유용해 쓰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 건수와 잔액은 ▲2018년 130만3600건(196조8000억원) ▲2019년 139만5000건(210조6000억원) ▲2020년 184만4200건(235조9000억원) ▲2021년 221만3100건(259조3000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 때문에 금감원 역시 금융사별 LTI 활용 방안에 대해 실태 파악부터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LTI가 업종별, 구간별 연체율 파악 등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먼저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실제 활용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파악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대출 한도에 제약을 거는 방식으로 LTI가 활용될 수 있다고 거론했다. 은행 관계자는 "LTI가 규제화 돼 적용되면 소득 대비 가계 및 기업 대출 전체로 대출한도 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이 없는 신설 업체나 소득이 미비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는 개인사업의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여신 부실화 방지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사업자 대출에 개인대출을 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한도를 정해 관리를 해오고 있다.
이런 작업과 더불어 한편에서는 신용대출·전세대출 상품에 대해 매년 원금을 함께 갚아나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금융위원회는 분할상환 관행 확산을 위해 금감원·금융권 합동 '분할상환 TFT'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과 같은 장기 분할상환 상품이 조만간 전 은행권 공통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 의무화한 '분할상환'을 신용대출·전세대출에서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매년 이자만 갚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을 일시 상환하거나, 추가 연장하는 식의 신용대출·전세대출 관행이 부채의 질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올해 언급한 과제를 보면 여느 때보다 '능력만큼만 돈을 빌려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힌다"며 "가계대출뿐 아니라 사업체 운영 자금조차 빌리기 깐깐해지는 동시에, 매달 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몫까지 커져 점점 자금 융통이 여의치 않아질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