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지난해 '4조 클럽'에 입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려 벌어진 예대금리차로 이자 이익이 증가했고, 비은행 부문이 고루고루 성장하면서 실적 견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또 그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일시적으로 축소했던 배당 성향을 다시 발생 이전인 26% 수준으로 회복하기로 결의했다.
KB금융(105560)은 8일 2021년 한해 당기순이익이 4조409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순익이 27.6% 증가했다고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견조한 여신성장과 푸르덴셜생명·프라삭 등 국내외 인수합병(M&A) 영향으로 이자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WM(자산관리)·IB(투자금융) 사업 부문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온 결과 순수수료 이익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며 "그룹의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42.6%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4분기만 떼어보면 그룹 당기 순이익은 6372억원으로 3분기 대비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희망퇴직 실시로 인한 퇴직 비용이 세후 1902억원 규모로 발생했고, 코로나 관련 대손충당금도 세후 약 1915억원 규모로 쌓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더해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그룹 전체 자산은 663조9000억원, 관리자산(AUM)을 포함한 그룹 총자산은 1121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룹의 자산 건전성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편이다.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0.33%로 1년 전보다 0.08%포인트(P) 개선됐고, 그룹 BIS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5.78%, 13.46%를 기록했다.
계열사별로 실적을 나눠보면 그룹의 주축 KB국민은행은 당기순이익 2조590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2.7% 증가했다. 견조한 여신 성장과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주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원화 대출금은 1년 전보다 7.9% 증가한 318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대기업 중심의 기업 대출 등이 대출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 4분기 NIM은 1.61%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3bp 개선됐다. 금리 상승을 반영해 대출자산 리프라이싱이 진행된 가운데, 운용자산 수익률을 제고한 결과 등으로 2분기 연속 확대된 것이다.
KB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943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690억원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와 관련한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부진했던 S&T(세일즈앤트레이딩·자산운용) 실적이 개선되고, 주식 시장 호황과 대형 IPO 이슈 등으로 IB·수탁 수수료가 많이 증가하면서다. 다만 4분기만 데어놓고 보면 전 분기 대비 다소 저조한 51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식시장 부진 흐름을 비롯해 사모펀드 고객 보상 관련 충당 부채 전입 등 일회성 비용을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KB손해보험의 실적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1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보험료 인상과 자동차 사고 건수 감소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고, 탄력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투자 손익이 개선된 데 주로 기인했다. 지난해 손해율은 84.9%를 기록해 전년 말 대비 0.6%P 하락했다.
KB국민카드도 4189억원의 작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개선됐다. 소비회복 기조에 접어들며 카드 이용 대금이 증가하고 회사 차원의 비용 효율화 노력이 반영됐다. 다만 4분기 당기순이익은 코로나 대손충당금 등의 요인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KB금융이 인수한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336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보장성보험 판매가 위축되고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 판매가 확대되며 사업비가 축소된 영향으로 견조한 실적을 시현했다는 평가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KB금융그룹은 이날 일시적으로 20%까지 축소했던 배당 성향을 코로나 이전 수준인 26%로 되돌리기로 했다. KB금융그룹 재무총괄임원은 "주당 배당금은 전년 대비 약 66% 증가한 2940원으로 지난 8월에 기지급된 배당금 750원을 고려하면, 기말배당금은 2190원"이라면서 "코로나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