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 부문 흑자가 확실시되면서 보험료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그간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보험료를 올려왔으니 올해엔 내리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2020년 기준 자동차보험 가입 수는 약 2360만대이다. 차량을 보유하면 자동차 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라 자동차보험은 실손의료보험과 함께 ‘국민 보험’으로도 알려져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실적을 앞두고 있는데, 4년 만에 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은 보험료가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통상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78~80%다. 업계는 손해율이 해당 수준이거나 이보다 낮으면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이 79~81%로 집계됨에 따라 4년 만에 적자 고리(2017년 266억원 흑자)를 끊을 것으로 예측된다. 흑자 예상 수준은 2800억원 이상이다.

그래픽=이은현

손해율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점도 인하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자동차 평균 손해율은 2019년 91.6%, 2020년에는 85%을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비슷한 수준이거나 이보다 소폭 개선됐을거라 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경우 해당 근거를 앞세워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원 이모(30)씨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운전자라면 필수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데, 흑자가 나면 보험료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상할 때는 손해율을 근거로 들었는데, 인하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외제차 등 고가차량의 비율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보험료 산정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현행 자동차보험료는 상대 차량에 지급된 보험금을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외제차의 경우 수리비가 비싸 전체 보험료를 인상시킨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국내 등록된 외제차 대수는 294만5690대로 1년 전보다 26만3636대(9.8%) 늘었다. 전체 자동차(2491만1101대) 10대 중 1대 이상이 수입차인 셈이다.

경기 안산시의 서모(29)씨는 “수입차와 같은 고급차량과 사고가 날 경우 피해자라 할 지라도 더 높은 보험료를 낸다는게 불만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외제차는 2019년 납부한 보험료 4654억원과 비교해 242% 높은 1조1253억원을 보험금으로 받았다. 반면 국산차의 경우 78% 수준이었다.

한편 손해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당국에서도 보험료 인하를 주문하고 나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하 기준은 2% 정도다. 개인 기준 자동차 평균 보험료가 60~70만원임을 감안할 때 1~2만원 정도 내려간다.

다만 업계는 보험료를 내리기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적자가 쌓여왔는데, 한 번의 흑자로 인하하기란 위험 요소가 크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은 약 9조원에 달한다”며 “올해 실적 상승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특수 상황으로 인해 손해율이 개선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됐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올해에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손해율은 지난해에 비해 또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입장에 소비자 단체들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과 같은 보험료를 올릴 때엔 특정 상품에 대한 ‘적자’와 ‘손해율’을 강조하지만 산업 전체로 봤을 땐 호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몇몇 주요 보험사들은 예년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이다. 올해 삼성화재의 경우 연봉 평균 36%에 해당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역시 각각 평균연봉의 40%, 33%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보험료 인상보다는 손해율을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미흡하다”며 “손해는 소비자에게 부담하게 하고 이윤은 보험사만 갖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젠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 국장은 “매년 보험료 인상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좋은 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을 이제는 만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