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도입 등 근로 시간 단축 시 임금 삭감은 불가하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등 노동계 입장)

"주4일제 도입 시 임금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A금융그룹 관계자)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주(週)4일제 근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은행권에서는 주4일제 가능성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은행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인력을 충원하면서 근무 강도를 덜 수 있고, 고용 창출 효과도 생긴다는 점에서 기대가 있는 한편, 사측으로선 임금(인건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노조는 임금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면 임금 삭감 없이도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금융소비자의 불만과 부정적 여론 확대 등으로 주4일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창구. /연합뉴스

특히 민감한 쟁점이 임금 문제다. 노조가 제시하는 주4일제 도입의 전제 조건은 '임금 축소는 없다'는 것인데, 사측의 시각은 정반대다. 인력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우려다.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달17일 국회에서 열린 '주4일 노동과 금융노동자의 미래' 토론회에서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을 유지하더라도 통근시간과 식대를 절약할 수 있어 실질임금 인상 효과가 있고 특히 은행의 경우 특정일에 고객이 많이 유입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주4일제 도입 시 더 많은 인력 충원으로 효과적인 고객 응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당 평균 근무시간 준수 형태로 적용 시, 노동시간의 유연성이 향상된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과 비대면 운영 확대 속에서도 생산성 저하는 없었다는 점을 들며, 임금을 삭감할 이유가 없다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또 정부가 10% 이상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8%의 면세 혜택을 주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사측 입장은 다르다. 주4일제 도입 등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및 정년 조정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평균 연봉을 1억원이라고 잡고, 주4일제 도입에 따른 추가 인력(20%), 약 3000명을 추가 고용하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인건비가 지금보다 추가로 발생하고 여기에 연간 드는 교육, 복지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4000억~5000억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연간 4조원씩 버는데 인건비로 5000억원을 추가 부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일방적이고 무모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은행업의 패러다임이 영업점 중심이 아닌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고, 과거처럼 인력을 대량으로 채용하는 시대가 더이상 아니다"라면서 "사측 입장에서는 주 4일제를 도입하면 임금을 축소 조정하거나 정년을 지금보다 대폭 낮추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 점포 수 추이 및 은행원 월평균 근로시간 추이. /그래픽=송윤혜

B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해주는 일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지금 노동계의 주장과 논리는 실현 가능성과 비용, 부작용 등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향후 제기될 주주와 고객의 반발과 불편, 세금 내는 국민들의 반대, 은행의 미래와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 등에 대해서 고민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로선 현실성이 떨어지나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주4일 근무제 담론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먼저 주4일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에서 해법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전환할 때도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이 있었고 기업들이 망할 것이란 말도 나왔었다"면서 "시장과 근무 환경 변화에 따른 노동 시간 단축 논의는 세계적 추세이고 우리나라의 근무 시간과 강도를 고려하면 노동 시간 단축은 점진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