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1월 가계대출 잔액이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잔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힘을 발휘하는 한편,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등의 열풍이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1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0.1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공모주 청약 관련 대출이 일시에 상환된 효과로 3조여원 줄어든 이후 8개월 만이다.
업계에선 5대 은행뿐만 아니라 전체 은행권의 1월 가계대출 잔액도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12월에 이어 2개월째 감소하는 것인데, 두달 연속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감소는 2013년 1·2월 이후 약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신용대출이 크게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을 끌어내렸다.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7조원으로 한달 전(139조6000억원)보다 2조5000억원(1.8%) 감소했다. 이번 달엔 특히 '역대급' 공모주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 청약 이벤트가 있었다. 이에 지난달 19일 한때 신용대출 잔액은 146조3000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는데, 청약 일정 이후 대부분 상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 통상 1월은 성과급을 통한 상환이 이뤄지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기도 한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소폭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1월 말 주담대 잔액은 506조8000억원으로, 한달 전(505조4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0.28%) 늘었다. 각종 규제책에도 주택 관련 자금 수요는 여전한 모습이다.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29조5000억원으로 전달(129조7000억원)보다 미미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수신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면서 예금에 대한 선호도도 차츰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의 1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66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654조9000억원)보다 11조8000억원(1.81%) 증가했다. 총수신 규모도 전달보다 1.95% 늘어난 178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적금 잔액은 줄어들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적금에 대한 인기는 아직 시들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강화한 DSR 규제로 대출 문턱이 확실히 높아졌다는 점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며 "은행권의 신용대출과 주담대 금리가 각각 연 5%, 연 6%를 눈앞에 두고 있을 만큼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영끌이나 빚투 수요를 억누르고 있으며, 기대출 상환도 꽤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