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MZ세대는 포괄하는 연령대가 이전보다 훨씬 넓다. 1980~1995년생 정도를 가리키는 밀레니얼세대와 1996년생부터 2000년대 중반생까지 포함하는 Z세대를 합치면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이 해당된다. 그저 '요즘 것들'이라 해도 무방한 이들을 따로 한 집단으로 묶는 것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그 윗세대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예·적금으로 종자돈을 모은 뒤 집을 장만했던 X세대와 다르게 이들은 해외 주식, 가상자산 나아가 다양한 대체투자에 나선다. MZ세대가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디서 정보를 모아서 투자를 하는 지 살펴본다.
직장인 김모(31)씨는 퇴근 후에 중고 거래 장터 앱을 살피는 것이 일상이다. 이곳에 올라온 특정 스니커즈나 시계, 의류 등의 시세를 알기 위함이다. 그는 주로 한정판 상품을 검색한다. 검색을 통해 특정 상품에 대한 시세를 알고 이보다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을 사기 위해서다.그는 낮은 가격에 나온 중고 매물을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일명 '리셀 사냥꾼'이다. 한정판으로 나온 몇몇 물건들이 시세보다 낮은 점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일주일에 1~2시간만 들여도 값싼 리셀 품목들을 찾을 수 있다"며 "한 번은 35만원에 올라온 스니커즈를 되팔아 15만원의 차익을 남긴 적이 있다"고 했다.김씨는 "주식 같은 경우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 투자하기 겁나는데, 리셀을 되파는 것은 내가 시세에 대해서 얼마나 파악했느냐만 중요해서 안정적이다"라고도 말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 사이에서 리셀 열풍이 뜨겁다. 기존 재테크 방식으로 꼽히는 예금 적금 뿐 아니라 MZ세대는 한정판 신발이나 시계, 주류 등을 재판매하며 투자한다. 이외에도 리셀 시세 차익을 노리는 '리셀 사냥꾼', 상품을 묵혀두며 가치를 올리는 '저축형 리셀' 등 여러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리셀이란 주로 한정판 상품(운동화·시계·주류 등)을 되파는 행위를 일컫는다. 낮은 진입 장벽과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매년 리셀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중고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2008년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만든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 전체 회원 수는 약 160만명 이상인데, 이 중 50% 정도가 20대 남녀인 것으로 추산됐다.
리셀을 주로 하는 일명 리셀러들은 온라인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한정판 상품을 재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첨이 된다는 보증이 없기 때문에 리셀러들은 여러 방안을 고민해 자기 나름대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리셀러 중 한정판을 사기 위해 자신의 아이디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지인의 아이디를 활용하는 경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이모(31)씨는 현재 5~6개 아이디로 7년 넘게 온라인 래플(추첨)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현재까지 리셀 제테크를 통해 번 금액은 약 300만원 정도다.
이씨가 자신의 계정 외에 현재 사용하는 아이디의 원주인은 부모(2개)와 지인(2~3개)이다. 그는 "온라인 추첨과 같은 경우에는 공고가 떴을 때 신청하기만 하면 되기에 절차도 간편하다"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지인 아이디를 활용하는 경우는 정말 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간도 별로 안들고 추첨이 됐을 때 사기만 해도 이득이니 용돈 벌이 용으로 리셀을 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 장터에 올라온 리셀 상품을 노리는 이들은 리셀 사냥꾼으로 불린다. 리셀은 매물이 풀리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시세를 형성하는데, 리셀 사냥꾼들은 이보다 값싼 매물이 나왔을 경우 이를 구매해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김모(31)씨는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여러 사이트에 접속하다 보면 특정 상품의 일반적인 시세를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보다 낮은 가격의 물건을 구매한 후 나중에 다시 되파는 형식으로 수입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특히 고급시계 리셀의 경우 차익을 내기 편하다고 했다. 그는 "고급시계의 경우 최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며 "매물만 잘 구해 몇 번 되팔면 수천만원의 수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직적으로 리셀을 파는 단체도 등장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모(22)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리셀로 틈틈이 용돈을 벌어왔다. 그는 같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리셀을 조직적으로 판매해 많게는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씨는 "5명이 10개 정도 아이디만 구해서 오더라도 50번 이상 응모할 수 있다"며 "여러 유명 브랜드들이 한정판을 발매 시 이를 이용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류에 관심 없는 친구들에게 2~3만원 돈을 주고 아이디를 사거나, 빌리는 방법으로 한 추첨에 수십번 참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최모(36)씨는 저축형 리셀러다. 주로 단종된 주류를 모으는 게 취미다. 그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주류를 묵혀둘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5년 롯데주류의 캪틴큐가 단종된다는 얘기를 듣고 곧장 마트로 가 몇 병을 샀다"고 했다. 현재 캪틴큐(700ml 기준) 중고 거래가는 평균 6만~8만원 사이다. 6년 전 최씨가 마트에서 구입할 때 병당 가격은 6000원 수준이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도 MZ세대가 주목하는 투자 수단 중 하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난해 11월 MZ세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중 미래 자산 증식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재테크 수단이 '가상자산'이라고 답한 비율은 13.1%로, 3위를 차지했다.
MZ세대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꼽은 비율은 10.3%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 정도가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에 투자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40.5%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암호화폐의 경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큰돈을 잃고 나가는 경우도 존재했다.
박모(34)씨는 "3~4년 전 암호화폐 시장에 3000만원가량을 투자해 한때 5000만원까지 벌었으나 이내 하락세로 떨어져 결국 원금을 모두 잃으며 1~2년 전 손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코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힘들었다"며 "현재까지도 그 여파 때문에 생활이 녹록하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소액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업계 상황과 성장을 이끄는 사업 등이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초보자로선 힘들기 때문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투자하는 코인이 어떤 코인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가상자산 전체 포트폴리오 5% 미만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며 "선물거래 같은 레버리지 투자는 손실 위험이 크니 초보자에겐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에 소액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