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설 대목을 맞은 카드사들이 소비 심리 회복을 기대하며 각종 프로모션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대규모 선물세트 구매가 몰리는 이 시기에 일정 수준 결제액을 올려야만 하는 일부 카드사들은 최대 40% 쇼핑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설 연휴 기간이 예년보다 긴 편임에도 주유비 할인이나 여행 관련 혜택은 자취를 감췄다.

2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하나·현대 같은 전업 카드사들은 설 연휴 마케팅 차원에서 모처럼 오프라인 결제 행사를 시작했다. 주된 전장(戰場)은 명절 직전에 결제 수요가 치솟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이다.

하나카드는 올해 설을 앞두고 가장 대대적인 이벤트를 들고 나왔다. 하나카드는 설 명절 기간 내내 4대 마트와 함께 선물세트 할인이나 상품권 증정,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기업 이용자가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서 설 선물세트를 사면 최대 40%까지 즉시 할인해 준다.

롯데마트와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최대 30%를 깎아준다. 이와 별도로 하나로마트에서 한우·사과·육포 같은 설 선물세트를 사전 예약하면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상품권을 증정한다. 모든 할인은 1일 1회에 한해 적용된다. 하나로마트 행사 기간은 이달 31일 까지다. 이마트에서는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한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다음 달 2일까지 관련 행사를 이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설 연휴 고향길이 멀어지면서 백화점 선물세트가 역대급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서울의 한 백화점 판매대에서 한 소비자가 선물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카드는 대형마트 대신 인터넷 쇼핑몰 위주로 행사를 준비했다. 올해 코로나 전염을 우려해 자녀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직접 선물을 전하는 수요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다른 선물을 준비해 배송하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오는 28일까지 자사 올댓쇼핑에서 사용 가능한 새해 선물용 10%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각 ID 당 상품에 따라 최대 10여만원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쿠폰으로는 정육 선물세트나 과일·농산물, 수산·건어물 세트, 건강식품 등을 살 때 쓰기 적합하다.

현대카드는 가족 단위 이동이나 여행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설 연휴 직전 장을 보는 수요와, 4박 5일 연휴 동안 가구·가전제품 같은 고가 내구재 쇼핑에 나선 소비자를 붙잡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현대카드는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홈플러스에서 8만원 이상 결제 시 1일 1회 1만원 한도 내에서 결제액 5%를 즉시 할인해준다.

동시에 27일까지 하이마트 온라인몰에서 300만원 미만 결제 시 4%를 청구 할인하고, 300·500만원 이상 결제 시 각각 18만·30만원씩 대폭 할인해준다. 최근 명절에 고향을 찾는 대신 굵직한 가전제품을 새로 들이거나 선물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을 반영한 이벤트다.

24일 대구 북구 한 네거리에 '설 고향친지 방문 및 여행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확산 이전 카드사들은 명절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가는 수요를 감안해 매년 국내외 여행 상품이나 항공권, 호텔 숙박 할인 혜택을 풍성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여행이나 항공, 외환 환전 관련 혜택을 내세운 곳은 전무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해외여행 길이 예년보다 도리어 좁아진 데다, 최근에는 확진자 증가 추세로 국내 여행마저 위축된 탓이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김영란법 개정으로 올해 설부터 명절 선물 한도가 2배 늘어난 20만원이 됐기 때문에 카드사들도 절대적인 결제 액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해볼 만하다”며 “지난해 수수료 재산정 여파인지 설 선물세트를 구매할 때 체감이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전업카드사들은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