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핀테크사를 위주로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 도입이 늘고 있다. 워케이션이란 업무(work)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식을 취하며 업무를 볼 수 있는 근무 형태를 의미한다. 핀테크 기업 토스, 핀다에 이어 전통 금융회사인 한화생명(088350)도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워케이션 바람’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새로운 변화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가 확산하면서 관련 업무 환경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통계조사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경험한 비율은 지난해 15%에서 74%로 59%포인트(p) 증가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2020년 기준 한국 기업의 절반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52% 기업이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는 지난해 11월 경상남도 남해군과 협업해 유휴공간 한 곳을 숙소 겸 사무실로 만들었다. 토스는 팀원 7명을 파일럿(pilot) 형태로 2주간 함께 근무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남해군은 토스와 같은 핀테크 기업을 지역에 유치함으로써 청년 소멸 문제를 해결하고, 토스는 직원들에게 쉬면서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벤치마킹한 사례는 일본의 카이야마다. 카이야마는 도쿄에서 600km 떨어진 소도시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구 6000명 중 50%가 60대 이상인 대표적인 고령화 도시였다. 그러나 현재는 예술가들과 IT 업계 근무자들이 주목하는 곳으로 거듭났다.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니 업무도 잘 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스트레스 또한 낮아졌다.
토스 역시 비슷한 효과를 거두었다. 2주간 체험을 마친 토스 직원들의 평균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점 이상으로 높았다. 이정연(32)씨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며 “업무 공간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바다가 있다는 점이 힐링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안지영(33)씨 역시 “마당에 나가도 인터넷이 돼 큰 불편함이 없었다”며 “자연환경 덕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말했다.
핀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토스와 다르게 직원이 머물 장소를 정해두지 않았다. 인터넷이 되고 팀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자택·호텔 어디든 워케이션 활용이 가능하다. 대상자는 입사 1년차 이상의 직원들이다.
또 연차마다 다녀올 수 있는 워케이션 기간도 다르다. 1년차는 1주일, 2년차는 2주일을 쓸 수 있는 식이다. 핀다에서 근무한 지 3년 됐다는 A씨는 “이번 휴가는 워케이션 3주일을 붙여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핀다 관계자는 “와이파이만 된다면 어디서든 근무가 가능해 한국과 시차가 비슷한 해외로 나갈 계획을 가진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7월부터 ‘리모트 워크플레이스(Remote Workplace)’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본사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일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프로그램의 골자다.
한화생명은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바다를 보며 일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 루프탑이나 도서관 형태의 카페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퇴근 후엔 요가, 명상 등의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양양 워크플레이스를 운영해 본 결과, 업무에 별 차질이 없었고 직원 만족도 또한 높았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신사업부문에서 근무하는 B(26)씨는 “퇴근 후 해변을 산책하고 주말에는 서핑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새로운 업무 분위기로 인해 산뜻함 또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도 관련 제도는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토스는 행정사항 등 정비를 마치고 2차 파일럿 도입 시기를 논의 중이다. 한화생명은 강원도 양양 외에 제주도, 강원도 정선 등에 사무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핀다는 올해 상반기에 전 직원 70명 중 대상자 25명 가운데 희망자를 받아 워케이션을 보낼 방침이다. 핀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처음 시행되는 만큼, 반응을 보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