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7월 1일 처음 도입한 초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적격대출로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고 있다. 그동안 적격대출 차주(借主) 열에 아홉은 '30년 만기'를 택했는데, 지난해 7월 처음 '40년 만기'가 도입된 이후에는 10명 중 약 4명꼴로 '40년 만기'를 이용해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격대출이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국민의 내 집 마련과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을 위해 만든 장기고정금리대출로, 10∼40년의 약정 만기 동안 고정된 금리로 원리금을 매달 갚는 상품이다. 소득 요건이 없고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로 대출할 수 있다. 은행이 조건에 맞춰 대출을 실행하면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대출자산을 사오는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진다.
10일 조선비즈가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지난해 1~3분기까지 만기별 적격대출 공급비중을 분석한 결과, 이른바 초장기 모기지인 '40년 만기'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는 '30년 만기'가 전체 공급 비중의 각각 92%, 93%를 차지했다. 하지만 3분기(7~9월) 들어서면서 '30년 만기' 비중은 58%로 줄어든 반면 '40년 만기' 비중은 38%로 높아졌다. 분산 효과를 보인 셈이다. 뒤이어 '20년 만기'는 2%, '15년 만기' 1%, '10년 만기' 1%의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적격대출을 실행한 차주의 연령대를 보면 30대 이하(만 39세 이하)가 65%, 40대 이하(만 49세 이하)가 35%였다. 작년 1분기만 해도 30대 이하 비중이 50%, 40대 이하 비중이 50%였던 점을 감안하면 작년 하반기 9억원 이하 주택 매입을 위해 적격대출을 이용한 30대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실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도입 초기 당시만 해도 시장이 외면할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40년 만기의 경우 차주가 매달 내는 원리금이 줄긴 하지만, 합산 총액으로 봤을 때 전체 기간에 걸쳐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구조라 다른 기한에 비해 갚아야 할 부담액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최근 들어 40년 만기 모기지를 향한 수요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 이유는 높은 주택 가격과 금리 흐름 영향이 크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등한 탓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보니 대출 기한을 늘려 월 상환 부담을 낮춰보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것도 수요를 자극했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는 고정형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를 웃도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출을 갚아야 하는 기간이 길수록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구조였다. 그러다가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자 변동형대출 상품 금리가 고정형 대출 금리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금리고정형인 적격대출의 이달 금리는 연 3.4%로, 다른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 최저 금리보다 낮다. 11일 현재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 혼합형 상품(금융채5년)의 최저금리가 4.02%다. 신용 3등급, 대출 기간 30년이라는 전제에서다. 하나은행의 하나변동금리 모기지론의 금리는(COFIX 신규취급액 기준·6개월 변동) 3.728~5.028%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고정형 적격대출 인기는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적격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적격대출의 경우 공급 총량이 은행별, 시기별로 한도가 정해져 있어 한도를 소진하면 대출을 못 받는다. 이 탓에 새해 들어 적격대출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적격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우리은행은 영업 개시 하루 만에 1월분 적격대출 한도인 약 330억원이 소진됐고, 농협은행은 올해 영업을 시작한 지 2영업일 만에 적격대출 1분기 한도가 모두 동났다. 농협은행은 4월쯤, 우리은행은 2월쯤 적격대출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현재 초장기 금리고정형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기관은 많지 않다. 부산은행, 경남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삼성생명, 제주은행 정도다. 연간 적격대출 공급 추이를 보면 2017년 12조6000억, 2018년 6조9000억, 2019년 8조5000억, 2020년 4조3000억원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오는 2~3월 중 금융위원회를 통해 연간 적격대출 공급 계획이 나올 예정"이라면서도 "큰 틀에서 매년 적격대출 공급량을 1조원씩 줄이는 기조 하에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공급 계획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해외에서는 초장기 모기지가 주택 구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실수요와 서민들을 위해서는 적격대출 한도가 더 늘어나는 게 좋으나 공급자 측면에서는 재정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도를 쉽사리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