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국인 가운데 진료를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진료를 받고 난 뒤 본국으로 귀국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한 이른바 '원정 진료'다.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한 건강보험개정안이 지난해 1월 발의됐으나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한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면 자동으로 외국인 건강보험에 가입되는데,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등록한 피부양자는 거주 기간과 관계없이 한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자의 배우자·직계존속·직계비속 등 일정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모두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외국인 가입자가 12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등록한 피부양자도 20만명 규모로 늘었다.

그래픽=이은현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년 7월 말 기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총 121만9520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88만9891명에 비해 32만9629명 늘었다. 피부양자 역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부양자 수는 18만2131명에서 19만4133명으로 증가했다.

피부양자 수는 중국이 11만8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베트남(2만7202명), 미국(8186명), 일본(6296명) 순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이은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9월까지 진료받은 외국인은 총 455만9000명이다. 이들이 받은 건강보험급여는 3조6621억원 규모다. 1인당 약 80만원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셈이다.

이 중 최고 급여자는 32억9501만원 진료를 받아 29억6301만원을 받은 중국인 피부양자로 나타났다.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 상위 10명 중 5명이 피부양자였으며, 이들이 수령한 급여는 50억원이 넘었다. 또한 1인당 가장 많이 등록한 피부양자 수는 9명이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국회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체류한 외국인에 한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입국했다 떠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피부양자 등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해 9월 법안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이 의원은 "불합리한 외국인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되지만, 내국인과 별도로 운영되는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밀려 있는 법안이 많아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에는 아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사례가 일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받는 진료비가 적고, 이들이 재정 누수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건강보험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직장과 지역 모두 외국인이 적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기준 직장가입자 연간 진료비는 내국인 143만원, 외국인 85만원으로 집계됐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내국인이 166만원, 외국인 141만원으로 외국인이 14.9% 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건강보험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외국인 건강보험 흑자 규모는 225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엔 5715억원을 기록해 3년 만에 1.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공단 재정은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 보험자들의 도덕적 해이 관련해서는 알고 있다"며 "그러나 피부양자 기준은 내국인 역시 동일하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해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