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펀드를 두고 판매사인 은행들이 고심에 빠졌다. 하나은행이 선제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펀드의 신규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했는데, 이에 따라 여타 은행들까지 '판매 중단'을 해야 하는지, 단순히 주의 '고지'를 하는 데 그칠지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인 것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은행은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자사 판매 펀드 리스트를 추리고 현재 판매 중단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격적으로 신규 판매·추가 불입 중단을 할지, 단순히 편입 비중을 안내하고 위험성을 고지하는 수준의 대응을 할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은행당 대략 30~80개 정도의 오스템임플란트가 포함된 펀드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간접형 펀드 등까지 따져보면 영향을 미치는 상품은 더 늘어날 수도 있어 관련 상품군을 추리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다만 편입 비중은 대부분 1% 정도로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이처럼 분주해진 데는 하나은행의 선제적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오스템임플란트를 담은 77개 펀드 가입자들에게 편입 비중을 안내하면서,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는 문자를 전송했다. 이어 다음날 미래에셋증권이 신규 매수와 추가 매수를, NH농협은행은 신규 가입을 중단하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판매 제한 조처가 금융권 전반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태처럼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졌을 때 편입 펀드를 전수 조사해 판매 중단 조치까지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 정지 같은 일은 다반사인데, 그럴 때마다 편입된 펀드들을 하나하나 추려 판매를 중단하는 일은 과거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었던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이로 인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전면 시행 등이 이러한 은행의 보수적인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소법이라는 잣대가 적용이 안 될 수가 없다"며 "만약 나중에 큰 사고로 비화했을 때 '문제를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등 판매사의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판매 중단을 결정한 하나은행 역시 펀드 판매 부서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까지 모두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
은행들은 전례가 없기에 판매 중단 조처에 대해서도 현재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규 판매까지 막는 것이 과도한 조처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A 은행 관계자는 "운영 종목 비중이 수시로 바뀌고, 신탁·퇴직연금 등까지 모두 고려하면 오스템임플란트가 걸쳐 있는 상품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진다"며 "판매를 막으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는 "횡령이라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앞으로 어떻게 자금력을 확보할지, 동결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회사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추가 불입이나 가입 중단까지 하는 게 과도하지는 않은지 고민이 있다"며 "편입 비중과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것만으로도 투자자 보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판매 중단을 한 곳이 나온 터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아무래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임플란트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재무팀장이 19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사건이다. 자기자본 2047억원의 91.81%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3일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에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사 자금관리 직원인 이모(45)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5일 밤 이씨를 경기 파주시에서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