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양적 성장과 질적 이동에 성공했다. 2022년 모든 산업은 테크놀로지라는 도구에 지배되고 있다. 결국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산업을 주도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3일 신년사에서 '질적 이동'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꺼냈다. 질적 이동은 '질적 성장'과 '포지셔닝 이동' 두 단어를 합쳐 현대카드가 만들어 낸 신조어다. 경영 지표 상 성장뿐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 서 있는 자리까지 바꿔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담았다.

'느린 공룡' 같은 금융사 특유의 보수적인 움직임에서 벗어나 IT(정보통신) 기업처럼 분기 별로 프로젝트 진도를 확인하는 등 빠른 리듬을 도입하고,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하는 테크 기업으로 바뀌지 못한다면, 올 한 해를 버텨내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정 부회장은 "기동전(機動戦)에 나선다는 마음으로 더욱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 운영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올해 연말에는 더 놀라운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을 포함한 카드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3일 시무식에서 줄줄이 신년사를 내놓은 가운데, 올해 카드사 신년사에서는 경영 신조어가 예년보다 자주 눈에 띄었다.

카드업계 1위인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돌파성장'이라는 새 키워드를 꺼냈다. 불확실성을 뛰어넘어(breakthrough) 새로운 길을 열자는 뜻을 담은 단어다.

임 사장은 "새는 가장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며 "위기의 바람 앞에 멈춤이 아닌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여는 힘찬 도약의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카드사'라는 한 마디로 회사를 정의하기에는 업(業)의 범위가 훨씬 넓고 다양해졌다"며 생활과 금융을 전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래픽=이은현

기업 수장들은 이전에도 신년사에서 위기와 생존 같은 단어를 사용해 경영 방침을 제시하곤 했다. 그러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말을 만들어 가면서 구성원들을 독려하는 것은 그만큼 카드업계가 평소보다 더 엄중한 분위기로 연초를 맞이했다는 방증이라고 금융권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카드업계는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현재 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대출 수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같은 금융 수익으로 본업인 신용판매업 적자분을 메웠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강화하면서 개인별 DSR 한도를 다 채운 차주들은 더는 카드론을 쓸 수 없게 됐다. 여기에 금융권 후발 주자였던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의 추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3일 새로 취임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신년사에서 아예 카드업계가 위기라고 못을 박았다. 이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불확실성과 금융규제 강화, 금융업 전반의 파괴적 혁신으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탄탄한 기본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철저한 예측과 준비를 통해 위기를 완벽한 기회로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수장들도 일제히 올해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 해'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올해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디지털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원년이 돼야 할 것"이라며 "기존 신용카드사를 뛰어 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외부 위협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경쟁력의 근간인 고객·상품·채널 관점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략 시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은 다른 카드사들이 제시한 플랫폼 기반 서비스 혁신이나 미래수익사업 확충에 더해, 리스크 관리 고도화와 내부통제 강화를 추가 키워드로 제시했다.

최원석 BC카드 사장은 별도의 시무식을 갖지 않고 지난해 12월 27일 SNS를 통해 진행한 임직원 미팅에서 "2022년은 신결제 시장을 확대하고, 생활금융 플랫폼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